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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60] '헬조선'을 조성하는 인간들

바람아님 2017. 8. 8. 08:40

(조선일보 2017.08.08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정두근 '장군의 꿈 상호존중과 배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군 복무를 2년 내내 지휘관 가족의 몸종, 머슴 노릇을 하다가 마치는 공관병(公館兵)들의 사연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자아낸다. 이 개명한 시대에 나라의 귀한 아들을 몸종 또는 가축 부리듯 하는 

장교, 장군들이 있으니 젊은이들이 이 나라를 헬조선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번에 그 비행이 알려져서 비난 대상이 된 박찬주 육군 대장의 가족은 새벽 기도에 열심히 출석하는 

크리스천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아이러니컬하다.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자신들의 행위 사이에서 

아무런 괴리를 느끼지 않았을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상당수 장교, 장군이 수십년간 

그런 비인간적 행위를 해오면서도 한 번도 폭로될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로 우리 군대는 야만이 '정상'인 

조직인가?


이번 사건은 단지 일부 지휘관의 비행으로, 또는 공관병 제도의 문제로 넘겨서는 안 되고 우리 군대 문화의 총체적 문제로 

검토하고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아마도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듯하다.



2010년 11월1일 오후, 대구의 제2 작전사령부 영내에서 정두근 중장이 병사들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정 중장은 

"우리 군은 병사들에게 존중과 배려를 가르쳐서 사회에 내보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DB


2005년에 정두근 당시 육군 소장이 자기 사단에서 '상호 존중과 배려의 병영 문화'를 선포하고 모든 소속 군인에게 

병영 내에서 가혹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병사끼리 존대어를 쓰고 경례 후에 따듯한 인사말을 나누도록 하고, 

훈련도 목표를 설명하고 함께 달성하는 기풍을 수립해서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정 장군은 그 사단에 부임 직후 

사단 내에서 가혹 행위가 일어나서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일이 있은 후, 재발 방지를 고심하다가 이 운동 시행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 군 당국에서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으나 정 장군은 굽히지 않았고, 전역할 때까지 그가 가는 사단, 군단에서는 

이 운동을 벌여서 사병, 장교와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했다. 그러나 그가 퇴임하고 난 후 이 운동은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고 있다.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 정 장군은 사병이 인격체로 존중받는 군대 문화를 위해 존대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이 바뀌어야 생각, 행동, 인격, 운명이 순차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우리나라 군대는 세계에서 학력이 제일 높은 군대인데 군대 문화는 제일 비이성적이지 않은가 싶다. 

우리가 그토록 치를 떠는 일제의 잔재인 '군대 문화'를 왜 그리 성역화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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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의 꿈 상호존중과 배려(선진국가로 가는 정신운동)

저자 정두근/ 시대고시기획/ 2009/ 224 p


책소개

대한민국 조직문화의 NEW 패러다임을 제시한 화제의 책!


필자는 사단장 재직시절 3건의 구타사고로 7명의 병사를 구속해야하는 안타까운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병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 끝에 『상호 존중과 배려』의 실천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상호 존중하는 언어사용’, '정감어린 

인사말하기', '올바른 예절의 생활화의 실천'을 통해 전후방 각급부대를 최상의 

전투력 발휘, 교육훈련 목적달성, 사고의 획기적인 감소로 이끌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상호존중과 배려에 바탕을 둔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해 정의하고 이를 적극 권장하였으며,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는 비단 병영뿐만 아니라, 

가정과 학교, 직장, 기타단체 등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문화이며 적극적으로 실천하면 '화목한 가정', '명문학교','명품기업/기관', '강한군대', '선진국가'로 변화되고 

개인은 인격자로서 존경을 받고 뜻하는 목적을 반드시 이룰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Why] 군대에서 병장이 말했다 "김 이병, 늦으면 큰일 나요"


(조선일보 2010.11.06 대구=정성진 기자)


2작전사 부사령관 정두근 중장의 '존댓말 철학'


육군 ○○부대 내무반에서 홍길동 병장이 훈련 준비를 하는 이몽룡 일병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일병, 늦지 마세요.

 큰일 나요." 병장이 후임병에 '일병'을 붙이고 존대를 한다? 빠질 대로 빠진, 속칭 '당나라 군대'인가?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반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역 장군이 있다. 

육군 정두근(鄭斗根·58) 중장(제2 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이다.


정 중장은 "왜 그렇게 주장하느냐"는 질문에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요즘 사병들은 대부분 외아들에 고(高)학력자다. 욕먹었다고 납득 안 되는 걸 마음속으로 따를 친구들이 아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게다가 화력전인 현대 전투에서는 군인들이 몰려서 전투를 하는 게 아니라, 병사 간 간격이 넓다. 

병사 혼자 판단해야 한다. "물러나는 자, 베어버리겠다"고 해봤자 칼싸움 시대에나 통할 얘기다. 

군기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1일 오후 대구의 제2 작전사령부 영내에서 정두근 중장이 병사들과 얘기하며 웃고 있다. 

정 중장은 “우리 군은 병사들에게 존중과 배려를 가르쳐서 사회에 내보낼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 정성진 기자


"실제 전쟁에서 상급자를 죽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욕과 반말로 만들어진 군기는 실제 전쟁에서는 쓸데없어요. 

평소 나를 존중해준 선임병을 살리기 위해 백병전에 나서는 군인의 기세가 나한테 욕을 한 선임병을 살리기 위해 싸우는 

군인의 기세보다 못할 이유가 뭡니까."


정 중장은 "2003년 사단장을 맡고 7명이 구타 사건으로 구속된 뒤 이런 생각을 굳혔다"고 말했다. 사병들에게 반말을 

못 쓰게 했다. 말이 의식을 바꾸고 의식이 행동을 바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참들의 말투가 꼬이기 시작했다. 

"개○○야, 일어나세요" 식이었다. 욕먹으며 고참 됐더니 당한 대로 하지 말라니, 억울하다는 게 고참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6개월 뒤, 병영 내 폭력 신고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군대니까 안 될 것 같지만, 강제가 통하는 군대라서 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언어는 습관이라 바꾸기 힘들지만, 한번 바꾸니 다시 돌아가지도 않았다.


"욕과 반말로 만든 군기는 전장에서 아무 소용 없어

요즘 사병 외아들·고학력 욕한다고 승복하지 않아

전투력 높이려면 마음에서 따르게 해야"


군 수뇌부에선 못마땅 "진급에 불리하다" 충고도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장군이 아들 같은 사병에게 반말 안 한다는 게 아니었다. 

"선임병은 후임병에게 극존칭은 아니지만 '~요'로 끝나는 정도의 존중어를 쓴다", "관등성명을 댈 때 소리 지르지 않는다",

"경례 뒤에는 '좋은 하루 되십시오' 같은 인사말을 붙여라"는 식이다.


"돌격 앞으로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뒤로 돌아가 주세요" 식은 아니었다. 제식 명령은 확실히 명령으로 전달한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상식에 어긋나는 걸 금지시켰다. 얼차려를 줄 때는 "김 일병은 부대 복귀를 늦게 했으니 

규정대로 군장을 메고 연병장을 세 바퀴 돌아요"라고 말한다. 잘못을 인정받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문제는 군 수뇌부였다. 그는 "왕따를 당했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는 압력이 많았다. 당시 TV에서 이순신 장군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전 이순신 장군처럼 목숨 잃을 일은 없었어요. 밀고 나갔습니다." 군단장, 군 사령관, 참모총장에게 개인 

서신을 썼다. "군 규정에 따른 것이다. 성과도 있으니 믿어달라"고. 실제로 군 규정상 사병과 사병은 상하급자의 관계가 

아니다.


이 와중인 2005년 1월 육군 훈련소에서 훈련생들에게 인분을 먹이려고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그를 비난하던 수뇌부는 부모들도 참가한 토론회에 정 중장을 불렀다. 군을 바꾸기 위해 정 중장이 하고 있는 일을 

말하라고 했다. 그 후 몇 개월 뒤 그는 훈련소장으로 임명됐고, 중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6군단장으로 옮긴 뒤에도 

그는 같은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정말 전투력이 높아졌을까. 

사병끼리 반말을 하지 않도록 교육받은 정 중장 시절의 6군단은 2008년 육군본부 지휘검열에서 우수부대로 선정돼 

참모총장 표창을 받았다. "모두 5년간의 시도에서 마이너스의 효과는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물론 그가 떠나면 '존대 문화'도 흐지부지됐다. 2008년 11월 부대를 책임지는 장이 아닌 부사령관으로 임명된 뒤, 

그의 존댓말 운동도 힘을 잃었다. 보통 길어도 1년을 맡는 부사령관을 2년째 하고 있다. 

수뇌부의 반대는 지속되는 셈이다. "정책을 포기하면 진급에 유리하다"는 충고도 계속 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내 생각이 틀렸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장군의 꿈 상호존중과 배려'라는 책을 썼는데, 3쇄를 발행했다. 

그를 따라하는 지휘관도 늘고 있다.


1972년 3사관학교 졸업 후 임관해 약 40년을 군인으로 산 그는 대한민국 육군을 사랑한다고 했다. 

"제가 아니었어도 이런 얘기를 누군가가 했을 겁니다. 큰 흐름입니다. 

문화 개선을 통해, 우리 군은 진정한 강군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