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거듭되는 핵·미사일 도발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반응으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 이러한 때,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북한과 미국에 우리나라의 전쟁 불가(不可)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다.
현 상황에서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짙은 경우는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이 미국 영토인 괌에 실제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경우다. 북한은 이를 공언했고, 미 국방장관은 북의 괌에 대한 공격을 전쟁 행위라고 천명했다. 일본과 호주는 동맹국인 미국이 공격을 받으면 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이미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을 지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괌 공격은 곧 한반도 전쟁을 의미한다.
그리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각도 시험발사가 아니라, 태평양을 향해 실제 거리로 발사하는 경우다. 이러한 사태는 이른바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고, 미국도 군사적 옵션을 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이 외과수술 방식으로 특정한 목표 지역을 공격하든, 평양의 지도부를 공격하든 북한은 우리나라를 공격할 것이고,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두 가지의 경우 우리가 상황 반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북한으로 하여금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말뿐이다. 미국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선택을 가로막긴 어렵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못하도록 중국에 강력한 대북 압박을 요청하고 싶지만 중국이 받아줄 리 없다. 우리의 무력감만 느끼게 되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당장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섣불리 전쟁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그 비용이 너무 크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냉정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 제재에 굴복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거나 무력공격으로 이를 제거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를 제외하면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으론 두 가지가 남는다.
하나는 협상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우선 동결하고 협상을 통해 폐기하는 대가로 한·미 연합훈련 중지,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고받는 방안이다. 북한이 조건만 맞으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제가 기초다.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담당하고,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에 엄청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매우 불리한 구도지만, 전쟁을 피할 수 있고 북한이 핵·미사일을 가진 현실에 비춰 그나마 다행스러운 방안이다. 다만, 북한은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우리와 미국의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협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실현 가능성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과 ICBM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길이다. 흔히 말하는 힘의 균형을 통한 방법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사실상 이 방법밖에 없다. 강대국들이나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각자의 핵무장으로 공포의 균형을 만들어 평화를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국·일본·미국 모두가 반대하는 데다 핵을 가진 북한이 선제 핵 공격으로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이 거론되지만, 우리 내부의 합의도 어려운 데다가 미국도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면서 우리 자체의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 공격하면 재래식 무기로라도 확실히 파괴할 수 있는 정도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4%인 국방비를 2배 이상으로 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해야 한다. 모두 어려운 숙제지만 ‘핵보유국’ 북한에 맞서 대한민국의 존립을 보장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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