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12.20 안석배 논설위원)
서울 강남 한동네에 40대 친구 두 명이 이웃해 살았다. 각각 중 3 아들이 있었다.
추첨으로 고교가 배정된 날 한 친구는 웃고, 다른 친구네는 초상집이 됐다. 아들이 남녀공학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남녀공학에선 여학생들이 상위권을 휩쓴다.
남학생에게 공학(共學) 배정은 입시에 결정적인 내신 성적 몇 등급이 날아갔다는 의미다.
대치동이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학원 영향도 있지만, 가고 싶은 남학교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남학교 주변 아파트는 남녀공학 근처보다 수천만원 프리미엄이 붙는다.
▶수능 성적이 공개될 때마다 '여학생 강세'라는 기사가 몇 년째 반복된다.
지난 8년간 수능 성적을 분석해보면 국어·영어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수학은 남자가 잘했는데 이마저 2014년부터 역전됐다.
얼마 전 입시 설명회에서 강사가 "남학생 어머니 계시지요?"라고 물었다.
면접 요령을 설명하던 그는 "여학생 이기려면 빨리 스피치 학원 보내세요"라고 했다.
입시와 입사 면접에서도 조리 있게 말 잘하는 쪽은 주로 여학생이다.
▶인간의 뇌 중에서 좌뇌는 주로 논리력과 과학적 사고를 관장한다.
우뇌는 창의력 등과 연관돼 있다.
말을 할 때 남학생은 주로 좌뇌를 사용하지만 여학생은 좌·우뇌를 함께 사용한다고 한다.
여학생들이 언어 능력에서 남학생보다 우수한 뇌 구조다.
어느 고교 교장은 "남학생은 게임이나 연애에 빠지면 벗어나질 못하는데 여학생은 자제력이 있다"고 했다.
그 나이 또래 남학생은 대체로 여학생보다 산만하다.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 전 세계가 여고남저(女高男低)다.
독일 방송국 ZDF 뉴스 앵커였던 카트린 뮐러는 10여년 전 "옆집 딸은 많이 읽는데 내 아들은 왜 안 읽을까"라고 질문했다.
그가 낸 책 '공부 잘하는 여학생, 공부 못하는 남학생'에서는 성별에 따라 교육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학생은 천방지축이지만 경험을 통해 천천히 배우는데 학교는 그런 남자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문대 정원이 대부분 남학생으로 채워졌던 때가 있었다. 딸보다 아들에게 더 투자하던 시절이다.
한 논문에서는 '여성의 낮은 수학 성적은 해당 사회의 성차별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자가 수학이나 물리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아들딸이 똑같은 환경에서 공부하자 여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치고 올라온다.
미국은 10년 전 '소년들이 위기에 처했다'며 교육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있다.
우리도 고민이 필요한 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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