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친일파 이영개가 모은 미술품 왔다.."정밀 검증 필요" 의견도

바람아님 2018. 1. 26. 09:26


연합뉴스 2018.01.25. 11:03


기업가가 지난해 8월 日서 109점 구매
'수하쌍마도'(왼쪽)와 '연지미인도'. [이재환 대표 제공]

 일제강점기에 친일 활동을 하다 1960년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간 사업가 이영개(1906∼?)가 모은 미술품 109점이 약 5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그러나 이 미술품들이 전부 공개되지 않았고, 일부 작품은 진품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 학계의 정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인 이재환 차이나웨이트래블 대표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8월 말에 미술품들을 국내에 들여왔고, 지금은 경기도에 있는 개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확한 구매액은 밝히기 곤란하다"며 "아직 전시 계획은 없고, 학자들이 원한다면 도판이나 실물을 보여줄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석란도'. [이재환 대표 제공]

이른바 '이영개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문화재들은 이영개가 일본으로 가져간 뒤 일본의 제과회사에 판매됐다. 이 회사의 사장은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에 유물을 기탁했고, 이후 사장의 자녀들이 상속받았다.

일제에 군용기 부품을 공급하고 친일단체 간부를 지낸 이영개는 1971년 일본에서 '조선고서화총람'이라는 책을 발간할 정도로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돌아온 이영개 컬렉션은 그가 수집했던 유물 중 일부로 추정된다.


이 대표가 구매한 이영개 컬렉션은 글씨와 그림 105점, 당호를 새긴 편액 4점으로 구성됐다. 제작 시기는 대부분 조선시대다.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최근 발간된 학술지 '미술사논단'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영개 컬렉션에 문인화가 신세림(1521∼1583)이 그린 '기려도교도'(騎驢渡橋圖), 조선 중기 화가인 이징(1581∼?)의 '수하쌍마도'(樹下雙馬圖), 고려 후기나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지미인도'(蓮池美人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석란도', 석봉 한호(1543∼1605)가 쓴 서첩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작품들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추사의 그림이라고 하는 작품은 다른 사람의 회화에 가짜 낙관을 찍은 것이고, 석봉의 글씨도 진품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사학자는 "연지미인도는 전형적인 중국 그림이고, 수하쌍마도는 이징의 그림과 화풍이 전혀 달라서 진품인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 왔다고 해서 모두 진짜 문화재라고 할 수는 없다"며 "각각의 작품을 그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살펴보고 진위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려도교도'. [이재환 대표 제공]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