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17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끌림의 과학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대체 뇌 안에 뭐가 들었길래 저렇게 행동할까?"
이런 의문이 들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들려오는 요즘이다.
사람을 동물과 구분 짓는 특징은 무엇일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과 통찰을 할 수 있고, 어떤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는
우리 뇌의 인지와 판단 능력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과 동물의 행동이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사실 인간의 뇌 역시 다른 동물과 같은 종류의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거머리처럼 원시적 형태의 동물부터 쥐나 침팬지, 사람에 이르기까지 짝짓기, 유혹, 애착의 행동을 조절하는 물질은
약 7억 년 전에 생겨나 거의 비슷한 형태로 모든 생물 안에서 진화해온 단백질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다.
뇌과학자 래리 영 박사는 이런 화학물질이 동물과 사람의 뇌 안에서 어떻게 애착과 사랑의 감정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수십 년간 연구해 왔다. 그의 연구는 거의 동일한 유전자를 지녔지만,
난잡한 교미 습관을 가진 초원들쥐와 철저한 일부일처의 습관을 가진 목초들쥐의 행동 차이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 역시 바람둥이와 애처가의 차이를 모두 뇌 안의 화학물질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를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알렉산더와 함께 저술한
'끌림의 과학―사랑, 섹스, 모든 끌림에 대한 과학적 접근'(케미스토리)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큰 책이다. 사랑과 성욕을 포함해 인간관계 안에 존재하는 많은 복잡한 감정들이
과연 모두 유전자와 화학물질의 차이로 설명 가능할까?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되는 또 다른 연구는 상반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옥시토신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을 비교 분석했더니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도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나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패턴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우리의 행동은 유전자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라 환경과 문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을 두고
'그건 내가 아니라 나의 뇌 때문'이라는 변명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끌림의 과학 : 권예리/ 케미스토리/ 2017/ 359 p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 |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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