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3.21 이진석 논설위원)
검정 스포츠카가 지나가면 꼬마들이 "키트, 도와줘" 하고 소리를 지르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KBS TV에서 '전격Z작전'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인기몰이했을 때다.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검은색 첨단 차량이 등장했는데 이름이 '키트'였다.
자율주행차라는 개념은 1939년 미국 뉴욕 퀸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처음 등장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손과 발이 자유로운 운전'이 1960년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자전거를 끌고
무단 횡단하던 40대 여성을 못 보고 치었다.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트럭과 충돌해 운전석 탑승자가 숨진 적이 있지만,
보행자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미국의 조지 하츠라는 사람이 차고에서 한 달 만에 자율주행차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만든 것이나 큰 차이 없다"고 떠벌렸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한마디 했다.
"자율주행의 정확도를 90%로 끌어올리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은 99.9999% 수준이다."
그는 "현재 개발한 시스템은 99%를 넘는 정확성으로 강아지를 인식하지만, 때로는 화분으로 착각한다.
시속 110㎞로 달리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99%를 넘었다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은 인간의 눈을 대신할 카메라와 레이더, 판단력을 대신할 소프트웨어다.
동물은 대부분 눈이 둘이어서 원근감을 느끼지만, 카메라 렌즈는 이게 어렵다.
여러 카메라를 장착하거나 거리 측정을 위한 레이더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장비가 아무리 갖춰진다고 한들 수천수만 가지 운전 중 돌발 상황에 기계가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런 기술적인 것 말고 어려운 큰 문제가 있다.
인도(人道)에 서 있는 행인 2명을 덮칠 것인가, 이들을 피하는 대신 벽을 들이박아 탑승 중인 3명을 희생할 것인가.
어느 경우든 윤리적 논란은 따를 수밖에 없다. 상용화(商用化)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러나 19세기 말 자전거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위험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있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 온 게 인간의 과학기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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