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8.03.20. 01:01
머스크는 2024년 화성이주 박차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사진) 박사가 지난 14일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수개월 전 언론에 남긴 말이다.(영국 데일리메일) 그는 정재승 KAIST 물리학과 교수의 표현처럼 ‘우주 속 원자들로 돌아가 어딘가 있을 블랙홀 안에서 안식’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생전 인류를 향해 남긴 경고와 예언들은 사후에 더욱 회자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호킹의 사망 소식과 함께 평소 호킹이 이르면 앞으로 수십 년 뒤 인류에게 다가올 거대한 도전과 외부의 위협에 대해 강조해왔다고 보도했다.
호킹은 인류가 외계 행성에 영구 거주할 수 있도록 지금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왔다. 인류란 존재는 머지않아 멸종에 가까운 대재앙의 희생물이 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대표적 예가 소행성의 충돌 같은 것이지만, 호킹 박사는 이 외에도 인공지능(AI)과 기후변화, 핵전쟁, 변종 바이러스, 인구폭발 등도 잠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봤다.
기후변화는 호킹이 말하는 인류 종말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그는 특히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되돌릴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대해 두려움을 표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가까이 와 있다”며 “때가 되면 지구는 섭씨 460도의 고온 속에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킹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아주 유용하며 앞으로 인류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어느 순간에 이르면 인류의 종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호킹의 이런 생각에 대해 적지 않은 학자들은 ‘철 지난 공상과학소설(SF) 같은 얘기’로 일축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 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도 그의 저서 『노동의 종말』(1996)에서 이미 자동화가 인류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호킹은 우주 어딘가에 있을 지적 존재의 신호를 포착하려고 하는 미국 세티(SETI)연구소와 같은 과학자들의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호킹의 예언과 경고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이미 그의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일론 머스크는 2024년을 ‘화성이주’의 목표로, 로켓개발과 우주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인류가 멸종할 정도의 대재앙은 불가피해 보일 뿐 아니라, 그 시점은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며 “인류가 외계로 뻗어 나가지 못한다면, 멸종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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