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 8. 25 )
제인 구달 '희망의 밥상'
장동선 뇌과학자
밥상 위에 올라가는 달걀 하나는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살충제 달걀 파동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뉴스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도 고기를 시키면 함께 나오던 계란찜, 토스트 안의 계란 프라이,
냉면과 떡볶이 안의 달걀이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 뭔가 허전하다.
달걀이 들어간 음식이 이토록 많았던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소비된 달걀 개수는 135억개가 넘는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매년 대략 5000만 마리의 닭이 하루 평균 달걀 3500만개를 낳는다.
양계장 닭들은 대부분 날개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채워져 공장의 기계처럼 계란을 생산한다.
앞마당을 돌아다니거나 일광욕을 할 여유 따위는 없다.
오히려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알을 낳기 위해서 호르몬 주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닭진드기의 감염률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국립축산과학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양계 농가의 닭진드기 감염률이 94%로 추정된다고 한다.
닭진드기 때문에 닭이 가려워하면 달걀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안에서 피프로닐과 같이 유해한 살충제 성분이 달걀에서 검출돼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과연 문제의 핵심은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뿐일까.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는 '희망의 밥상'(사이언스북스刊)에서
더욱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한다. 모든 음식을 싼 가격에 우리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소비 습관 자체가
문제의 근본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책은 2005년에 쓰였지만, 바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공유되어야 할 정보를 많이 담고 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수많은 곡물과 과일, 야채는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가 뿌려진 상태로 대량 생산되고,
공장식 축산 시스템 안에서 자란 소와 닭, 돼지들은 대부분 성장호르몬과 항생제, 살충제의 영향을 안 받기 어렵다.
이렇게 구달은 무분별한 소비와 대량 생산에 의거한 현재는 결코 건강하고 안전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변화는 개개인 한 사람이 자신의 무분별한 소비 습관을 돌아볼 때 시작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노력하면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한다면 우리의 아이들과 그들이 살아갈 지구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따라서 우리 모두 희망의 수확을 위해 함께 씨를 뿌리자고 적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희망의 밥상 |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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