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우주로 떠났다" 호킹 타계에 지구촌 애도 물결
연합뉴스 2018.03.14. 15:26
과학계 이어 정치·경영인들 SNS 추모 봇물터지듯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 세계 과학자들과 지도자들은 곧바로 애도를 쏟아냈다.
미국의 유명 우주론학자이자 이론 물리학자인 로렌스 크라우스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별 하나가 막 우주로 떠났다"며 "우리는 경이로운 인간과 작별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이자 카네기 연구소의 웬디 프리드먼 박사도 "그의 공헌은 아인슈타인 이후 아마도 존재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점"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드먼 박사는 이어 "그는 일반 사람들을 뛰어넘는 정신의 아이콘이 됐다"며 "사람들은 그가 말한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탁월함은 알고 있다"고 했다.
미국 시카고대 우주론자인 마이클 터너 박사 역시 자신의 SNS에 "그는 우리가 질문하려고 애써 왔던 가장 큰 의문에 화두를 던지려고 노력해 왔다"며 그 예로 우주의 탄생과 블랙홀, 시간의 방향 등을 거론했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호킹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그가 남긴 발자취 때문에 그의 타계로 지적인 공백이 남았지만 공허하지 않다"고 썼다.
타이슨은 "그 공백은 측정할 수 없는 시공간 구조에 파고드는 일종의 공백의 에너지라고 생각한다"며 "명복을 빕니다. 스티븐 호킹 1942∼2018"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왕립천체물리학·슈퍼컴퓨터연구센터의 앨런 더피 박사도 이날 호킹의 업적은 "전설적"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그의 연구 서적들은 많은 과학자에게 영감을 주었고 최신의 과학과 우주적 관점으로 수백만 명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경영인, 우주 관련 기구도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를 표시하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호킹 교수의 선구적인 업적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으며 그의 투지와 강인함은 세계인에게 영감을 줬다"면서 그의 명복을 비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사티야 나델라 CEO도 "우리는 오늘 위대한 사람을 잃었다"고 적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도 이날 트위터에서 "그의 이론들은 우리와 전 세계가 연구하고 있는 우주의 가능성에 관한 빗장을 풀었다"고 그의 공헌을 높이 평가했다.
나사는 "2014년 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말한 것처럼 미소중력(무중력)에서 슈퍼맨처럼 계속 날아다니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호킹의 자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부친의 별세 사실을 알리고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고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gogo213@yna.co.kr
호킹 두차례 한국 찾아..소광섭 교수 "모짜르트 같은 천재"
"인간적으로 모범이 되는 분이고 위대한 분이셨는데 돌아가셨다니 마음이 참 그렇네요. 애도를 표합니다."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14일 들은 소광섭 서울대 물리교육과 명예교수는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밝혔다.
소 교수는 호킹 교수와 가장 친분이 깊은 한국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90년 9월 호킹 교수가 처음으로 방한했을 때 통역과 안내를 맡았으며, 이듬해 봄학기까지 1년간 케임브리지의 호킹 교수 연구실에 방문교수로 있으면서 학문적·인간적 교류를 했다.
소 교수는 호킹 교수의 가장 큰 업적으로 블랙홀에 관한 연구 두 건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블랙홀의 면적에 관한 '호킹 면적 정리'(Hawking's area theorem)의 증명과 블랙홀에서의 양자복사 법칙을 밝힌 점이다.
호킹 정리에 따르면 블랙홀 두 개가 합쳐질 때 그 면적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더 커져야 한다. 이는 양자역학적 결과가 아니라 고전역학적으로 풀이한 결과다.
이와 달리 블랙홀에서의 양자복사 법칙은 양자역학적 결과다.
소 교수는 "(호킹 교수의 연구가 나오기 전) 옛날에는 블랙홀에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서 다시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의 관점에서 보면 블랙홀에서도 빛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라고 불린다.
소 교수는 "일반상대론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블랙홀에 관한 이 두 가지 법칙을 발견한 것이 호킹 교수의 가장 큰 업적"이라며 "그렇게 큰 일을 한 사람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소 교수는 "케임브리지의 그 양반(호킹 교수) 연구실에 1년간 방문교수로 있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몸이 아픈데도 세미나에 열성적으로 참석하고, 굉장히 유머가 많고 인간적으로 훌륭한 분"이라며 "장애인이라고 해서 높이 평가하는 게 아니라, 대단히 활동적이시고 휴식 시간에 농담도 잘 하더라"고 당시 호킹 교수의 쾌활한 분위기를 전했다.
소 교수는 "정말 이 사람(호킹 교수)이 대단하구나 생각한 게,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못 움직이는데 그 많은 논문들을 다 읽고 몽땅 외워서 자기 논문도 쓰고 책도 쓰더라는 것"이라며 "마치 모차르트가 오페라나 레퀴엠을 머리 속에서 작곡해서 다 넣어 놓았다고 하듯, 모차르트와 같은 그런 천재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호킹 교수는) 종종 사람들을 초대해서 집에서 파티를 열어서 즐거운 시간도 가지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활동적으로 일상 생활을 하고 (삶을) 즐겼다"고 전했다.
소 교수는 호킹 교수가 평소에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출퇴근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사가 있긴 했지만 출퇴근은 가급적 혼자서 했다"며 "호킹 교수의 집과 캠퍼스가 걸어서 30분 거리였는데, 출퇴근은 그 양반 고유의 휠체어를 타고 늘 다녔다"며 "거의 모든 행동을 혼자서 했다"고 말했다.
호킹 교수는 생전에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1990년 9월 주간지 '시사저널'의 초청으로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해 서울대와 신라호텔에서 '우주의 기원'과 '블랙홀과 아기우주'를 주제로 강연했다. 당시 소 교수는 호킹 교수 연구실에 방문교수로 갈 예정이 잡혀 있었던 인연으로 방한시 통역과 안내를 맡았다.
소 교수는 "호킹 교수가 출국하는 날이었는데 홍수가 나서 비행기가 거의 못 뜰 형편이었고 공항까지 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경찰이 교통정리를 해 주는 등 극진히 대접해서 무사히 출국할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되새겼다.
호킹 교수는 2000년 8월말부터 9월초까지 10박 11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시 찾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만나고 청와대에서 '간략히 살펴본 우주'(Universe in a nutshell)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삼성전자도 강연차 방문했다.
호킹 교수는 두번째 방한 당시 서울대와 고등과학원이 제주에서 공동 주최한 '세계 우주과학학술대회'(COSMO 2000)'에 참가해 '삼차원 이상의 새로운 공간에 관한 우주론'에 관한 특별강연을 했다.
solatido@yna.co.kr
스티븐 호킹 다시 읽자..벌써 관련 도서 판매량 급증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타계 소식이 14일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그와 관련된 저서 판매가 급증했다.
교보문고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호킹 관련 도서들의 판매량이 전날보다 30배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날 4권 판매된 호킹 관련 도서들은 120권 판매됐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까치)가 60권가량 팔렸으며, 학습만화 'Who? 인물 사이언스 스티븐 호킹'(다산어린이)을 비롯한 어린이용 책의 판매량도 늘었다.
예스24에서도 판매량이 이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전날보다 약 47배 늘어났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였다.
박형욱 예스24 자연과학 MD는 "호킹 박사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그의 과학적, 인간적 이야기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호킹의 책은 국내에도 여러 권 번역돼 있다.
그러나 내용이 쉽지 않은 탓에 쉽게 풀어쓴 책들이 상당수고 어린이용 책들도 많다.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호두 껍질 속의 우주' 등이 출판사 까치를 통해 출판됐다. 까치에는 이날 도서 관련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까치 관계자는 "'시간의 역사' 관련 책들은 모두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특히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는 작년에만 1천 부가량 판매됐다"고 전했다.다만 '시간의 역사' 자체 번역서는 절판 상태로 전자책으로만 한글판을 구할 수 있다.
교보문고는 이날 해외원서, 전자책을 포함해 호킹 관련 서적들을 망라한 추모 기획전 코너를 홈페이지에 별도로 열었다. 외서 구매자에게는 별자리 포스터를 별도로 증정한다.
예스24도 호킹의 업적과 삶을 담은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고 독자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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