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공공부문 노동자 파업은 지난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다. ‘마크롱 반대(Macron, Non)’라고 적힌 시위대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노선 차이로 뭉치지 않던 9개 공공노조가 10여 년 만에 손을 잡았다. 그만큼 마크롱발(發) 노동 개혁의 강도가 세고, 저항 또한 거세다.
마크롱은 임기 5년간 공무원 일자리 12만 개를 줄이고, 부채가 누적된 철도공사(SNCF)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해고 요건을 완화해 인력 수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구조조정 요건도 완화했다. 49인 이하 중소기업은 1~2분기 연속 매출이 내림세를 보이면 바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자 변화가 찾아왔다. 아마존·구글·도요타 등 글로벌 기업이 프랑스 내 고용과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늘 두 자릿수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8.6%로 떨어졌다.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치다. 고용률은 65.7%로 올라 1980년대 초 이후 최고치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일자리 정책을 가장 앞세웠다. 하지만 방향은 마크롱 대통령과 정반대다. 임기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늘릴 계획이다. 개헌안에서 근로자 단체행동권을 확대해 합법적인 파업 범위를 넓혔다. 공공기관 개혁을 위한 성과연봉제는 폐기했다. 민간 일자리 창출 전략은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시간 단축 정도다.
프랑스가 ‘프랑스 병’을 치유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는데 한국은 그 길로 걸어 들어가는 모양새다. 오랜 기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막대한 재정 부채에서 벗어나지 못한 프랑스는 한때 ‘유럽의 시한폭탄’(2012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이란 평까지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를 ‘올해의 국가’로 뽑았다. 경직된 노동법 완화를 통한 개혁 의지, 좌우로 나뉜 세계 정치에 정면으로 맞서 대안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양 갈래로 나뉜 우리도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훗날 한국이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개혁하기 위해 오늘의 프랑스 같은 혼란을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박현영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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