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중앙시평]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과 음베키의 에이즈/버핏 "서민 도우려면 최저임금 대신 세제혜택을"

바람아님 2018. 9. 6. 10:02

[중앙시평]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 성장과 음베키의 에이즈

중앙일보 2018.09.05. 00:17


에이즈 참화로 비극 겪은 남아공
소득주도 성장 닮은꼴 될까 걱정
경제·의료는 생명 좌우하는 영역
대통령이 비주류 이론에 빠지면
국민 불행하고 나라는 위험해져
이철호 논설주간
소득주도 성장에 집착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서 남아공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을 떠올렸다. 음베키는 넬슨 만델라(1994~99년 재임)의 후계자이자 2대 대통령(99~2008년)이다. 그와 문 대통령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음베키는 혈통부터 남달랐다. 그의 아버지 고반 음베키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최고지도자였으며 만델라와 함께 무려 25년간 철장 속에 갇혔다. ANC는 일찌감치 아들 음베키를 황태자로 점지해 영국 서섹스대에 유학까지 보냈다. 문 대통령도 사법연수원을 차석 졸업한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노무현 청와대의 비서실장·민정수석을 맡으면서 진보진영의 성골(聖骨)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단(異端)의 이론’에 깊이 빠졌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단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비주류 가설이다. 그 부작용으로 참담한 고용·양극화 통계가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못 박았다. 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선 “소득주도 성장을 더욱 흔들림 없이 추진하자”는 합창이 나왔다.

음베키는 사이비 에이즈 이론을 믿었다. “HIV(에이즈 바이러스)가 에이즈 원인이 아니다.” 그는 세계 의학계의 정설을 외면하고 아무 근거도 없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피터 두스버그 교수의 가설에 푹 빠졌다. 음베키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서방을 향해 자신 있게 외쳤다. “에이즈는 아프리카 풍토병이며 서양의 과학과 경험으로는 고칠 수 없다. 아프리카 문제는 아프리카인의 손으로 치유하겠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에 맞는 소득주도 성장은 일단 저지르고 본다. 최저임금을 2년간 29% 올리고 하반기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도 강행했다. 문제는 소득과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결과가 정반대라는 것이다. 그 부작용은 온 사방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 우리 신문사 엘리베이터 옆에도 “그동안 월급인 줄 알았는데 그게 다 수당이었다니…”로 시작되는 노조의 격문이 나붙었다. 주 52시간제로 인해 8월 급여에서 20~30%나 되던 수당이 확 깎여버렸기 때문이다.

이철호칼럼
음베키는 에이즈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치료제(ARV) 처방을 집요하게 막았다. 값싼 복제약이 나와도 찬밥 신세였다. 대신 마늘·레몬·홍당무 등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식품을 먹으라며 섭생요법을 강조했다. 당시 남아공의 에이즈는 산모에서 아이로 이어지는 수직감염이 많았다. 미국은 수직감염을 75%나 차단하는 AZT를 이미 개발해 낸 상태였다. 하지만 음베키는 “AZT는 암 치료제로 부작용이 엄청나다”며 복용을 가로막았다.


지난주 이재명 경기지사는 청와대 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좌초시키려는 적폐세력의 공격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음베키도 마찬가지였다. 에이즈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콘돔에 인종 차별까지 들먹였다. “콘돔 사용은 흑인 인구를 줄이기 위한 백인들의 음모”라고 헐뜯었다.


음베키의 맹신이 가져온 결과는 참혹했다. 미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33만 명의 남아공 신생아가 떼죽음을 당했다. 2008년 현재 남아공 HIV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10.6%인 520만 명. 덩달아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남아공의 평균수명은 끔찍하게 떨어졌다. 백인 정권이던 1990년(63.3세)에 비해 무려 16년이나 줄어든 47세로 낮아져버린 것이다. 내전 중인 소말리아와 엇비슷하다. 이런 비극적 통계가 결국 음베키의 정치 생명을 끊어버렸다.


문 대통령은 통계청장을 바꿨지만 진짜 통계 수치와의 전쟁은 지금부터다. 앞으로 국정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지거나 신규 일자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진짜 난감해진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을 더 강화하겠다”고 선언해 경제 이론을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하지만 경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어두워지고,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대세다. 대통령이 왜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면서까지 무모한 도박에 정치 운명을 거는지 의문이다.


경제나 의료는 사람의 목숨과 밥그릇이 달린 문제다. 과학과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수없이 검증된 정설로도 부족한 영역이다. 얼치기 이론에 홀려 함부로 장난치면 국민은 불행하고 나라는 위험해진다. 문 대통령도 이쯤에서 음베키와 헤어져 다른 길로 가야 한다. 남아공은 흑인 대통령에 의해 흑인들이 인종청소 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사회적 약자 편이라는 문 대통령도 소득주도 성장이 서민을 빈민으로 만드는 게 아닌지, 한 번쯤 운동권 출신 아마추어 참모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된 경제전문가에게 물어보았으면 한다.


이철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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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서민 도우려면 최저임금 대신 세제혜택을"

뉴시스 2018.09.05. 17:18

"트럼프 세제개편으로 기업과 소유주들 상당한 이익"
"미국 경제에 만족..경기 후퇴 걱정 안해"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AP/뉴시스】워런 버핏 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17년 5월8일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4일 월스트리트의 기업 인수 광풍으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져 적절한 가격에 인수할 기업을 찾는 것이 어렵다며 이때문에 1160억 달러(125조106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수익률이 낮은 현금 또는 단기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8.2.25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서민들을 돕기 위해서는 최저임금보다 세제 혜택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버핏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자선 점심식사 행사때 파피 할로우 앵커와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세금 정책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을 필요로 하는게 아니다. 그들은 주머니에 최대한의 현금이 남아있길 바란다"며 "소득세액공제를 확대하고 개편하는 것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지금까지 미국이 자신과 같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신 소외 계층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늘리자는게 그의 주장이다.


버핏은 과거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대 미국 경제가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고 있으며 흔한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임금 확대를 위해) 최저 임금을 올릴 경우에는 "고용을 상당히 감소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버핏은 세제 개편으로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이 '슈거 러시(단기적인 폭발력)'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슈거 러시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과 기업의 소유주들이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는 주택 건설 속도와 같은 몇가지 고민에도 불구하고 현 경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9년 동안의 강세장을 겪은 미국이 언제 다시 경기 침체를 맞을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경기 후퇴는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은 단지 일시적인 중단일 뿐"이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는 "나는 미국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단기적인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며 특유의 낙관론을 폈다.


안호균     ah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