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단독] 중국어선에 떠밀려..北 '죽음의 조업' 확산

바람아님 2018. 10. 26. 07:56
KBS 2018.10.25. 17:33


멀리 러시아까지…‘난민선’ 연상 北어선

2018년 9월 14일 오전 11시. 한일 공동수역과 인접한 동해 러시아 연해주 수역. 난민선을 연상케 하는 수상한 어선이 포착됐다. 톤수가 5톤급 정도 되는 작은 어선. 배 위에는 오징어를 잔뜩 걸어놨다. 뱃머리에서 그물을 끌어올리고, 선미에서는 그물 정리작업이 한창이었다. 국기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나무로 만든 북한어선이었다.


그런데 한두 척이 아니었다. 인근 해역에서 포착된 어선도 인공기를 내건 북한어선이었다. 배 위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작업을 멈춘 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배를 타고, 최소 이틀 이상 소요되는 러시아 해역까지 나온 북한어선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 해역에는 우리 근해채낚기 어선들도 해마다 원정 출어를 하고 있다. 박인봉 전국 근해채낚기연합회 부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북한어선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 유난히 많이 들어왔다."라고 밝혔다. 또 "워낙 많아서 충돌사고가 날까 봐 운항하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연해주 항구의 북한 어선들


레이더 속 수백 개의 점…모두 다 북한어선

2018년 10월 6일 오전 9시.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북상하던 시기. 러시아의 한 항구에는 북한어선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 적십자기 모양의 깃발도 내걸었다. 태풍이 몰고 온 폭풍우가 밀려오기 전에 안전지대로 대피한 것이다. 워낙 많아서 숫자를 세기가 어려울 정도다. 태풍이 지나간 후 어선 레이더 영상을 살펴봤다. 북한어선을 나타내는 수백 개의 점이 항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과거에도 동해 한일 공동수역이나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하는 북한 어선들이 간간이 관측됐다. 하지만, 수백 척이 이렇게 조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많은 북한어선은 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까지 왔을까?

레이더에서 포착된 북한 어선들


日영해에서만 3년간 176척 표류…북한 어선 무덤까지 있어

2018년 10월 7일 오전 11시. 바닷물에 반쯤 잠긴 채 표류하는 어선이 포착됐다. 선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선 옆과 뒷부분에 한글이 뚜렷하다. '북한어선'이었다.

러시아해역에서 이렇게 침몰하거나 뒤집힌 북한어선은 한두 척이 아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목선이어서 완전히 가라앉은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바다를 떠다니다, 일본이나 러시아, 우리 연안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침몰하는 북한 어선


실제로 지난 21일, 일본 홋카이도 해상에서 북한어선으로 추정되는 목선이 시신과 함께 발견됐다. 2015년 이후 3년 동안 이런 어선이 일본에 표류하다 발견된 사례는 176건에 이른다. 또, 동풍이 불면 러시아 연안으로 떠내려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북·러 접경 등에는 일명 북한어선 무덤까지 존재할 정도다. 이런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무엇보다 왜 작은 목선에 의지한 채 이렇게 멀리까지 무리한 조업에 나섰을까.


중국 어선에 떠밀려…점점 더 먼바다로 내몰리는 北어선

북한의 이런 먼바다 조업은 중국어선이 동해에 진출한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어선은 2004년 140척이 동해 북한수역에 입어한 이후 해마다 증가했다. 2014년에는 1,900척이 들어갔고 올해 들어서도 9월 기준 1,000척이 넘었다. 대부분 '싹쓸이' 조업으로 유명한 저인망 방식의 트롤 어선이었다. 워낙 강도가 센 조업 방식이어서, 북한 연안 어족자원은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한 탈북 어민은 "중국어선이 싹 거둬 모으니까 내일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미래가 없이 현재를 보면서 다 잡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결국, 중국어선에 밀리고, 연안 수산자원까지 고갈되면서 북한어선들은 북한 밖 먼바다로 내몰리고 있다.
유엔이 지난해, 북한 조업권 거래를 금지한 후에도 중국어선은 계속 조업하고 있다.

울릉도로 피항한 중국 어선들


우리 어장 연쇄 타격…‘남북수산’ 협력 주목

북한뿐만이 아니다. 연쇄적으로 우리 어장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동해안 주요 어종은 대부분 회유성 어종이다. 그런데, 1,000척이 넘는 중국어선이 길목을 막고 싹쓸이하다 보니 우리 연안도 황폐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 사이 강원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70% 넘게 감소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어로 등 남북 수산협력이 거론된다. 중국어선 대신 우리 어선이 들어가 조업하는 방식이다. 중국어선이 물러나면 북한의 무리한 조업도 줄일 수 있고, 자원 회복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해는 서해와 달리 군사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고 해안선도 단조로워 '공동어로' 등 남북 수산협력의 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강원연구원 김충재 박사는 "남측은 수산자원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고, 북한은 어선이나 어구, 유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차피 쉽게 조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산협력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동해는 대상에서 빠진 상태다.


정면구기자 (nin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