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1.07)
대기업이 올린 이익 일부를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하도록 법으로 사실상 강제하는 '협력이익 공유제'를 내년 상반기
시행하겠다고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들과 매출·이익 목표치를 사전에 약정해 놓고 이를 달성하면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제도다. 기업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협력업체들과 성과 배분 계약을 맺는 경우는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에도 있지만 정부가 법제화에 나서는 것은 세계 처음이다.
정부는 강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상시로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한국 기업 중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을 기업은 없다. 정부는 이익 공유 성적을 평가해 기업들을 4개 등급으로 분류해 인센티브 차등을 두겠다고 한다.
결국 블랙리스트처럼 될 우려가 크다.
대기업은 해외에도 공장과 협력사를 갖고 있다. 이들이 국내 협력사들과 이익 공유를 하면 해외 협력사들에 의해 WTO에
제소당할 수도 있다. 대기업의 외국 주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임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설 수 있다. 아예 대기업이 점차 거래처를 해외로 옮길 수도 있다.
대기업과 협력 관계인 중소기업은 전체의 20%뿐이다. 정부는 중소기업들 사이에도 이익 공유제를 적용하겠다고 하지만 실
은 상위 20%에 많은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이익은 연구개발이나 투자에 쓰인다. 이것을 나눠 먹자는 풍조에
빠지면 기업 혁신 능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대기업 발목을 잡으면 그 피해는 결국 중소기업과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게 된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무리한 정책은 결국 중소기업과 노동 약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제도를 주도하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의원 시절 면세점 사업 기간 단축법을 도입했다가 면세점 대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익 공유제가 '제2의 홍종학법'이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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