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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허 물, 10분의 1로 줄어… 中 '낙타 경제' 온다

바람아님 2018. 12. 31. 11:09

 
(조선일보 2018.12.31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물 부족 신음하는 중국]


- 사우디보다 수자원 더 부족해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화로 수도권 수백개 도시 물 부족 신음
물 많이 먹는 면화·대두 줄이고 '스펀지 도시'로 물 재활용 추진

베이징=이길성 특파원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중국 서북부 간쑤성의 칭양현은 올해 사방에서 땅을 굴착하는 소음으로 시끄러웠다.

중국 지질조사국이 수 만㎡ 면적의 땅 밑을 뒤져 곳곳에 우물을 판 것이다.

그 결과, 총 23곳의 우물이 생겼고 주민들이 마실 수 있는 수질의 우물 13곳을 확보했다.

하지만 20만 주민의 고질적인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500㎞ 떨어진 산시성의 성도 타이위안은 식초가 유명하다.

2500년 역사의 이곳 식초 산업은 그러나 물 부족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상하이 북서쪽으로 차로 5시간 달리면 나오는 안후이성 쓰현은 지난해 봄 대규모 단수 사태를 겪었다.

이후 현지 학교와 병원 등 기관마다 각자 생존 차원에서 우물을 팠다.

그러나 지금도 하루 2000만L의 물이 부족한 처지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화로 인한 물 부족 사태로 중국 수백 개 도시가 신음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지만 수자원은 중국 전체의 20%에 불과한 북부 지방의 물 부족 사태는

중국으로선 미·중 무역전쟁만큼이나 위협적인 상황이다.

물 부족에 적응된 새로운 경제·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낙타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낙타경제 출현?


중국 북부의 물 부족 사태는 중국의 젖줄 황허마저 말라붙게 하였다. 최근 황허의 유량은 1940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다.

과거 무수한 홍수와 범람 사태로 수많은 인명과 농토를 앗아가 '중국의 슬픔'이라고 불렸던 것도 옛일이 됐다.

물줄기가 작은 강들은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1990년 총 5만 개에 달했던 중국의 강 숫자는 현재 2만2000개로 줄었다.

20여년 만에 강이 무려 2만8000개 사라진 것이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물 부족 사태로 이어졌다.

중국 북부 지역의 지표수 저장 규모는 2002년에서 2014년 사이 매년 6조L씩 감소했다.



양쯔강 중류에 있는 단장커우(丹江口) 댐의 물을 베이징·톈진 등 수도권으로 보내는 남수북조 중선(中線·길이 1432㎞)이

시작되는 중국 허난성 타오차 취수장 /위키미디어 커먼스


국제 기준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수자원이 1700t이면 '긴장' 상태, 1000t이면 '물 부족' 상태, 500t이면 '심각한 부족' 상태로 나뉜다.

중국 북부 지역의 경우 8개 성이 심각한 부족, 4개 성이 부족 상황이다.

인구의 41%, 공업생산의 46%, 농업생산의 38%, 발전량의 50%를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톈진-허베이를 아우르는 인구 1억1200만명의 중국 수도권의 1인당 수자원 규모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中 수도권, 사우디보다 물 부족


물 부족 위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야심한 프로젝트가 남수북조(南水北調)다.

수량이 풍부한 중국 남쪽 양쯔강 물을 베이징 등 북부로 끌어오는 것이다.

2002~2003년 두 갈래 공사가 시작돼

양쯔강의 하류 장쑤성에서 산둥성 칭다오·웨이하이 등으로 가는 1467㎞의 동선(東線)이 2013년,

양쯔강 중류 허난성 단장커우(丹江口) 댐에서 베이징·톈진으로 가는 1432㎞의 중선(中線)이 2014년 개통됐다.

남쪽의 물이 북쪽까지 가는 데 보름이 걸린다. 수도권(베이징·톈진·허베이)과 산둥성을 합쳐 8700만 명이

남수북조 덕을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남수북조에 투입한 돈이 620억달러(약 70조원)에 이른다.


베이징시 남수북조 판공실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베이징에 공급된 양쯔강 물은 40억㎥를 넘어섰다.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중국 싼샤(三峽)댐 총저수량(57억㎥)의 70%,

한국 최대 수력 댐인 소양강댐 저수량(29억㎥)의 1.4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베이징 인구2300만 명 중 절반(1200만명)이 넘는 인구가 혜택을 입었다.


남수북조 수로가 지나는 허난·허베이 지역에서는 바짝 말라붙었던 강 30개에 물이 차오르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남수북조가 물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은 못 된다.

연간 4억t의 물이 여전히 부족해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지반이 매년 11㎜씩 내려앉고 있다는 위성 분석 결과도 있다.


그나마 간쑤성 같은 곳에서는 남수북조의 혜택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서북쪽 티베트 고산지대에 터널을 뚫어 양쯔강 상류 물을 칭하이·간쑤성 등으로 보낼 서선(西線)은 2050년에야

완공이 목표다. 간쑤성 정부는 2000㎞ 떨어진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0조 투자한 남수북조


물이 많이 드는 작물의 국내 생산을 줄여 물을 아끼는 방법도 대책 중 하나다.

대표적인 작물이 면화와 대두다. 베이징에서 난징에 이르는 화북 지역은 중국의 대표적인 면화 산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최근 이 지역 면화 농가에 대한 보조금을 줄여 면화 재배 면적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밀과 같은 일반 곡물에 비해 면화가 무려 5배나 많은 물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대표적인 대두(콩) 생산 국가였던 중국이 세계 대두 생산량의 50%를 미국과 남미에서 사오는 수입 대국으로

바뀐 것도 물 부족의 영향이 크다. 대두는1t을 생산하는 데 물이 500t이 든다.

중국은 남미산 대두 수입을 늘리기 위해 아마존을 관통하는 4800㎞ 길이의 철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면화와 대두의 재배 비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연간 80억㎥의 물이 절약되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연간 물 소비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만큼의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물 소비의 63%를 차지하는 농업용수 효율화에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관개용수의 거의 50%가 증발·누수로 유실되면서 관개용수 효율이 세계 수준의 60%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주요 곡물의 수입 대체로 식량 안보는 위태로워졌다.

미·중 무역전쟁은 그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또 하나의 비책은 '스펀지 도시'다.

2015년 16개 도시에서 시작된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는 빗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저장하고 있다가 이를 수시로

활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도시 곳곳에 저수지, 여과시설, 건물 옥상 습지 등을 늘리고

공원의 보행로 노면 등은 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특수한 재질로 포장해

빗물 침투→배수 시설 저장→재활용의 순환 시스템을 만들어 물 부족을 해결하고 홍수도 줄이자는 방안이다.

베이징의 수도 기능을 분담할 슝안 신구도 스펀지 도시로 건설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전국 도시의 80%를 빗물의 70%를 재활용하는 스펀지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