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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화의 대가로 한·미동맹과 안보를 흥정할 순 없다/[세계와우리] 이젠 한국이 직접 北 비핵화 견인해야

바람아님 2019. 1. 25. 08:45

[시론] 평화의 대가로 한·미동맹과 안보를 흥정할 순 없다


중앙일보 2019.01.24. 00:20

 

북핵 늘어나고 제재망 느슨해져
전쟁 위기 넘겨도 평화 아직 안 와
정상외교로도 비핵화 쉽지 않아
'안보=우리의 삶' 직결 인식해야

황준국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전 주영대사
조만간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정상회담이 전개될 전망이다. 작년에 비슷한 일들이 있었지만, 북핵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국제 제재망은 허술해졌다. 동맹은 흔들리고 안보 전선에는 구멍이 났다. 전쟁의 위기감이 해소된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평화의 새 시대가 온 것은 아니었다.


2018년의 하이라이트는 6·12 싱가포르 북·미 합의문이다. 내용 구성이나 단어의 선택을 보면 북한 측이 만든 초안을 미국이 아무 수정 없이 받아들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국력이 수백 배 우위인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필사적인 핵 외교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줬다. 톱다운 방식의 정상외교가 전개된다고 해서 비핵화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까지 협상에 직접 나서게 된 것은 30년에 걸친 북한의 집요한 핵 개발이 성공해 북핵 위협이 실제 상황이 됐기 때문이지, 평창올림픽 때문도 아니고 김정은의 비핵화 비전이 할아버지·아버지와 달랐기 때문도 아니다. 김정은도 70년간 구축된 체제의 산물이고 자신이 행한 7년 공포통치의 업보를 안고서 과거의 연장선에 있다.


김정은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추가 생산과 시험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북한이 핵에 관한 한 비교적 언행이 일치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무기는 현재 추정치인 40개 정도로 당분간 유지하면서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그중에서도 쉽게 감출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대체로 핵무기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200kg 정도를 매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 간다면 아무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2022년쯤이 되면 약 80개의 핵무기 또는 핵무기 직전 상태의 고농축 우라늄을 북한이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북핵이 40개든 80개든 우리에게는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양적 팽창은 2차 핵 타격 능력 달성을 통한 명실상부한 대미 핵 억지력 확보를 의미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질적 개량작업도 동시에 진행돼 미국 본토가 위협받으면 미국의 핵우산 신뢰성은 떨어지고 주한미군이 유지되더라도 한·미 동맹은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북한 핵 개발의 요점이기도 하다.

시론 1/24
올해 북·미 협상의 관전 포인트는 고농축 우라늄이다. 북한 체제가 변하기 전에 완전한 비핵화가 거의 불가능한 이유는 고농축 우라늄 시설은 미국 위성으로 감지가 안 되고 마땅한 휴민트(인적 정보)도 없어서 감추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만일 북·미 협상 결과 영변 시설의 폐기가 합의된다면, 현재 아무도 모르는 전체 고농축 우라늄 생산능력의 30~50%를 폐기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협상하고 이행하는데 몇 년이 소요될 것이고, 그 사이 북한은 은밀하게 또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영변 밖에 추가해 영변 해체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다. 원래대로 하면 영변 이외 시설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핵 동결을 먼저 해야 하지만, 북한은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핵 동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건은 미국과 한국의 상응 조치가 비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그림을 알기 전에는 영변 핵 시설 폐기와 같은 부분적 비핵화 조치가 있더라도 확대해석하거나 과대하게 포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비핵화와 평화를 소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말했다고 좋아하고, 상대는 아직 비핵화의 입구에 서 있는데 제재완화부터 연구하고, 북한 체제를 도와주는 남북경협에 몰두하고,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를 철수한 후 평화에 기여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안보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예비역 장성 200여 명의 헌법소원 제기에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 우리도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되 동시에 핵을 가진 독재국가로부터 어떻게 우리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평화의 대가로 한·미동맹과 안보태세를 흥정할 수는 없다. 평화는 안보가 강해져야 온다는 것이 동서고금 역사의 교훈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허와 실을 분간하는 국민의식이다. 우리 같이 여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나라에서는 국민이 바로 서야 정부가 바로 선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분단국의 국민으로서 안보문제가 곧 나와 가족의 일상적 삶에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세계 200개 국가 중 안보가 가장 취약한 나라이면서도 집 근처 어디에도 방공호 하나 없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문제 접근의 출발점이다.


황준국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전 주영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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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이젠 한국이 직접 北 비핵화 견인해야

세계일보 2019.01.24. 21:53

 

북한의 목표는 핵보유국 인정/

한국 '나쁜 거래' 희생이 될 수도/

안보 상황에 비관적 평가 필요/

최악 가정 하에 대응 전략 구상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면담 후 2월 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했다. 장소도 베트남으로 정해졌다는 후문이다. 우리 정부는 환영의 입장을 표명했고, 기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동안의 수차례 정상회담과 ‘완전한 비핵화’라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실천해온 사항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북한의 비핵화는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 2018년 4월 판문점선언 이후 북한은 핵실험장만 파괴했을 뿐, 최근에는 핵무기 폐기 의지마저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논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것은 ‘조선반도 비핵화’였지, 북한의 비핵화는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철폐를 통한 핵우산 제거라는 의미로, 김일성 주석 시대부터 주장해온 그야말로 ‘선대의 유훈’이다. 2019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보유국으로서 시험, 제조, 확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 시에도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는 언급조차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우려해 왔듯이 북한의 목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북한이 핵 포기의 대가로 경제 발전을 하고자 한다면 미국에 대규모 경제원조를 요구해야 할 것인데, 북·미 관계 개선, 종전선언, 평화체제와 같은 대남전략 요소만 거론하고 있지 않은가.

박휘락 국민대 교수·국제정치학
이제 한국은 북·미 회담에만 의존할 경우 비핵화도 추진되지 않고, 자칫하면 ‘나쁜 거래’의 희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미끼로 미국과 직접협상을 계속하기만 해도 통미봉남(通美封南: 미국과 통하고 한국을 소외시키는 것)의 대남전략을 구현하는 셈이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로 비핵화의 목표를 낮출 경우 한국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지게 되고, 종전선언이나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래될 경우 한국의 안보는 풍전등화 처지가 된다.


이에 남북관계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해 북한의 비핵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구축된 남북 대화채널을 총 가동해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싫어하는 말과 조건으로 압박을 해서라도 북한을 비핵화에 충실하게 해야 한다. 수단과 방법이 없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정부 내 대북 전문가들이 고심해야 할 긴급과제이다.


외교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재정립도 병행돼야 한다. 북핵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외교는 우방과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대북 문제 해결을 위한 대미 공조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경제제재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주한미군을 위한 방위비분담 문제도 적시에 제대로 타결하지 못해 동맹의 근본이 위협받고 있다. 한국에 대한 불만이 미국이 북한과 ‘나쁜 거래’에 합의하는 구실이 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과도 사사건건 감정적으로 대립함으로써 한·미·일 정책협의는 생각조차 못 하고 있다. 미국과 접촉하기 이전에 중국을 방문해 우방을 공고하게 다지는 북한의 행보와 대비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안보 상황에 대한 낙관적 평가보다 비관적 평가를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후자에 대비하다가 전자가 되면 상관없지만, 그 반대일 경우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 한·미동맹, 한·일 관계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대응전략을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방위비 분담 문제를 조기에 타결함으로써 한·미동맹을 확고하게 하고, 일본과도 감정다툼에서 벗어나 안보협력 문제를 협의해 나가야 한다. 북핵에 대한 억제와 방어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1970년대 남베트남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해결하라고 국민이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