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2.09)
문재인 대통령이 시·군·구 기초단체장들과 만나 "대규모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현행 타당성 조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예비 타당성 조사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 무려 24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지역 사업을 타당성 조사 없이 묻지마식으로 퍼부었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들이니 타당성 조사를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총선용 매표 행위다.
그래놓고 타당성 조사 제도는 유지돼야 한다니 마치 반칙을 수없이 저지른 선수가 "룰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사업과 세금 낭비를 막으려고 국가재정법으로 정해놓은 심사 장치다.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은 경제성이다.
수천억, 수조원씩 들여 건설해놨는데 나중에 흉물이 될 것이 뻔한 토건 사업 등은 여기서 걸러진다.
문 대통령이 23개 지역에 한 건씩 타당성 조사 면제를 해준 것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에 경제성은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그 사업이란 것이 대부분 이 정권이 그토록 비난하던 토건 사업이고, 그나마 제일 큰 토건 사업은 최측근의 지역으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 말대로 예비 타당성 조사를 '균형 발전' 항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타당성 조사가 아니라
정치성 조사로 변질돼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면 다른 지역이 가만있을 리 없다.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기업 활성화 차원에서 '특허 등 독점기술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완화'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제 열린 국무회의에선 이 안건이 무산됐다.
바로 그날 문 대통령은 벤처기업인들을 만나 "자신 있게 기업 활동을 해달라"고 한다.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분간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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