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古典여담] 累卵之危

바람아님 2019. 5. 3. 08:06
디지털타임스 2019.05.02. 18:12

포갤 누, 알 란, 어조사 지, 위태할 위. 알을 포개 놓은 듯 위태롭다는 뜻이다. 무너질 듯 몹시 아슬아슬한 상태를 비유할때 쓰는 말이다. 누란지세(累卵之勢), 위여누란(危如累卵)과 같은 뜻이다. 위태로운 상황을 표현한 백척간두(百尺竿頭), 풍전등화(風前燈火)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누란지위는 사기(史記) '범저채택열전(范雎蔡澤列傳)'에서 유례한 성어다. 중국 전국시대 때 위(魏)나라 사람 범저가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가는 중대부(中大夫) 수가(須賈)의 종자(從者)가 되어 그를 수행했다. 제나라에서 범저는 책사(策士)로서의 수완을 발휘해 수가보다 인기가 좋았다. 이를 시샘한 수가는 귀국하자 "범저가 딴 마음이 있어 제나라와 내통하고 있다"고 모함했다. 모진 고문을 당하고 옥에 갇힌 범저는 책사답게 옥리를 설득하여 탈옥에 성공했다. 이후 그는 진(秦)나라에서 온 사신 왕계(王稽)의 도움으로 진나라로 망명했다. 왕계가 진 소왕(昭王)에게 범저를 천거하면서 "범저가 진왕국을 평하면서 알을 포개놓은 것처럼 위태롭다고 했습니다. 그를 기용하면 능히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얻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범저는 진 소왕을 섬기게 되었다. 그는 원교근공책(遠交近攻策)을 도모하는 등 외교정책에 큰 공을 세웠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딱 '누란지위'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안 보이고 이전투구다. 민생은 내팽겨치고 '동물 국회' 추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상생의 정치를 찾아볼 수 없다. 경제는 악화일로다. 올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이다. 사회에는 겹겹이 불신이 쌓여있고 국론은 분열되어있다. 미세먼지는 기승을 부리고 북핵 문제는 진전이 없다.


내우외환(內憂外患)·사면초가(四面楚歌)의 누란지위라 아니할 수 없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지혜를 모아 위기를 돌파해나가야 한다. 나라가 달걀처럼 깨져 버리면 정말 큰일 난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