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美 지기 어렵고 中 이기기 어려운 게임…文, 방향 확실히 정해야”/<사설>시진핑 만나 北核·사드 할 말 제대로 못 한 文대통령

바람아님 2019. 6. 29. 08:41

“美 지기 어렵고 中 이기기 어려운 게임…文, 방향 확실히 정해야”


문화일보 : 2019년 06월 28일(金)

▲ 韓·日정상 웃으며 악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의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오른쪽) 총리와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샌드위치 韓’ 전문가 제언

“北核 문제 매몰된 외교 정책
근시안적 시각으로 자업자득”


28일 개막한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선택을 압박받고, 북핵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잃은 채 다자 외교에서 소외론이 나오는 것은 한국 외교의 ‘자업자득’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에 매몰한 ‘맹신’ 외교와 반(反) 보호무역 등 글로벌 흐름을 읽지 못한 근시안적 외교의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 “미국은 지기 어려운 게임이고 중국은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라며 “한·미 동맹을 축으로 대북·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남북관계를 우선하다 보니 현재의 샌드위치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다”며 “중국·일본·미국 등 주변 국가와 어느 하나 원활한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전날 열린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까지 끄집어내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셈법을 보였다”며 “이는 사실 우리 안보 문제에 대한 간섭이자 있을 수 없는 외교 행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 개념조차 확인하지 않고 대화만 진행한 자업자득의 결과”라며 “우리는 동맹의 편이고, 경제협력 파트너인 중국을 배려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외교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논리를 더 이상 내세울 수 없다”며 “미국의 편에 선 일본의 사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사생결단의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는 “남북관계, 북핵 문제 등 한반도·동북아 판에 우리가 너무 매몰돼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며 “아세안과 유럽연합, 국제기구 등을 적극 활용하는 넓은 외교 시야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민환·김영주·김현아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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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진핑 만나 北核·사드 할 말 제대로 못 한 文대통령

문화일보 2019.06.28. 12:30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7일 오사카 회담은 누적된 안보·경제 현안을 정리할 좋은 기회였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동 발표도 없이 각자 설명한 형태여서 정상회담의 진상을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측 주장을 종합할 때, 시 주석은 국가적 관심사에 대한 입장을 선명히 밝혔고, 문 대통령은 수동적으로 해명하는 모양새였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근거도 없이’ 보증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시 주석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들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변함 없음을 내세우면서 “외부 환경 개선을 바란다”고 했다. 북핵(北核) 제재의 완화 필요성을 거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제재 뒷문 우려를 제기하면서 제재 강화를 요청했어야 마땅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CVID나 FFVD와는 전혀 다르다. 주한미군 철수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거 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는 지도자는 문 대통령과 시 주석 말고는 없을 것이다.


사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시 주석이 사드 문제 해결을 거론하자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풀려야 해결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 방어 시스템’임을 당당히 설명하지 않았다. 중국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 것 같다. 추후에 청와대 당국자가 “비핵화가 돼야 사드가 풀린다는 선후 문제가 아니고 연동됐다는 취지”라는 설명까지 한 것은 황당하다. 사드 배치가 잘못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 아닌가.

시 주석이 국제사회의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문 대통령은 “미·중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해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한국은 미·중 충돌의 최전선에 놓였는데도 초등학생 수준의 반응만 보일 뿐 고도의 외교 전략은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