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9.07.08 조중식 국제부장)
세계서 1등인 우리 기업들, 삼류 정부가 저지른 실수로 대신 대가 치르며 위기 겪어
국가가 삼류로 떨어질까 걱정
조중식 국제부장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을 하는 분야는 드물다. 그나마 경제 분야, 그것도 기업이 주체인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찾을 수 있다. 반도체가 세계 1등이고, 조선이 세계 1등이다. TV도 세계 1등이다.
5000년 역사에 세계 1등의 성취를 이룬 곳은 기업이 뛰는 곳과 여자 골프 정도이다. 그 1등들이
갈수록 빛을 잃어간다.
"죽이자"고 달려드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엔 날벼락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을 지낸 진대제씨가 "삼성 반도체에 치명적"이라고 할 정도다.
역사와 외교 문제에 대해 경제 보복으로 나온 일본의 조치는 저열하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잘못은 정치·외교가 저질러놓고, 대가는 기업들이 다 치르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에서 받은 자금에는 징용 피해자 배상금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협정에 국가뿐 아니라 양국 국민 간 청구권도 해결됐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런 내용으로 협정을 맺었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이은 정부가 아닌가.
그런데도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이 나온 뒤, 이 정부는 8개월이 지나도록 두 손 놓고 있었다.
정부와 관료들이 3류라는 건 새삼스럽지도 않다. 우리 평가가 아니다.
매년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를 보면
한국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기업 발목을 잡는 정부 규제는 항상 하위권이고, 노사 관계는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기업을 북돋우기보다 억압하는 일에 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일자리 타령이다.
세계 1등을 하는 기업들이 계속 잘해나가도록 하려면, 그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우리 사회가 들어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다.
어느 순간 기업들이 제시하는 사회적 어젠다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다.
한때 그런 역할을 했던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SK경영경제연구소와 같은 싱크탱크는 모두 내부 컨설팅 조직으로
변했다. 사회적 어젠다를 제시했다가 권력에 밉보여 해당 그룹 전체가 정치적 보복을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여시재도 기업이 출연해서 만든 싱크탱크이지만, 모두 외교·안보 분야에 치우쳐 있다.
경제와 기업 분야는 피한다.
반대로 1등의 비전을 억누르는 세력은 과거보다 훨씬 힘이 세졌고 기세가 등등하다.
시민 단체라는 허울을 쓴 '시민' 없는 정치 단체와 이념 단체의 인물들이 정권 요직을 회전문처럼 드나들며
세계 1등 실력을 갖춘 기업을 옥죄고 있다.
3류 정부, 3류조차 못 되는 노조가 세계 1등을 "죽이자"고 달려드는 일이 흔하다.
참여연대는 그림자 정부인 양 위세를 부리고, 민주노총은 공권력마저 희롱하며 마치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인 양
완력을 휘두른다.
노총의 상대역이라 할 경총에 대해서는 거듭된 압수 수색과 수사로 꼼짝달싹 못 하게 이 정권이 만들어놓았다.
기업 관련 다른 단체들도 숨죽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세계 1등을 다투는 주체들이 경쟁 현장에서 체득하고 깨달은 과제와 비전을 제시하고 토론할 기회는 아예 차단된 상황이다.
세계 1류의 노하우와 지혜는 억눌려 공유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3류들 목소리만 울리는 국가의 미래는 뻔하다.
3류로 하향 수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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