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형법을 전공한 조국 전 법무장관이 1989년에 제출해서 통과된 석사논문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법·형법 이론의 형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1917-1938)'였다. 조 전 장관이 1997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쓴 박사논문은 '수색, 압류 및 신문에 있어서 위법증거 배제' 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사회주의 법체계에 관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사회주의 법체계에 관해 많은 글과 논문을 써왔다. 석사학위 소지자로 1990년에 한국형사정책 학회에 제출한 논문의 제목은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소련의 형사 사법 개혁과 형법 개정의 동향'이었다. 1992년 한양대 아태지역학 대학원에 제출한 논문 제목은 '중국의 개혁과 형법 제정에 관한 연구·전환과 편향' 이었다. 같은 해 월간 사회평론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사회주의자를 처벌하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였다. 1993년에는 한국형사법 학회에 '근대 시민혁명기의 민중적 형법 사상에 대한 소고'를 발표했고, 같은 해에 민주주의 법학연구회에 보낸 글은 '현 단계 맑스주의 법이론의 반성과 전진을 위한 시론'이었다.
조 전 장관은 '현 단계 맑스주의 법 이론의…시론'에서 '주체의 법이론 비판'이라는 장(章)을 만들어 이런 주장을 폈다. "북한의 '주체의 법이론'을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남한 진보 운동은 과거의 통념을 되씹으면서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내야 할 시기에 처해있다. 이러한 반추작업의 대상에 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북한에 대한 환상은 또 한번의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는 이 글에서 "북한의 정치 형법이 '반혁명', '반동적' 등의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상을 범죄구성 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각주를 달아 "최근 중국 국무원 법제국장이 중국 형법의 '반혁명죄' 조항 삭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는데 북한 당국은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북한 형법의 문제점을 이유로 남한의 국가보안법 존재가 정당화 될 수는 없음을 사족으로 덧붙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버클리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에는 1998년 한국형사법 학회에 '미란다 규칙의 실천적 함의에 관한 소고'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서 '영국 형사절차의 전면적 혁신과 함의', 1999년 '강조되어야 할 예외로서의 재정신청제도', 2000년 한국형사법 학회에 '함정수사의 위법성 기준과 법적 효과에 대한 재검토' 등을 발표하는 등 사상적 흐름에 변화를 보여주었다.
물론 2000년에 당시 새천년민주당 국가보안법 개정 기획단에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론'을 제시했고, 그해에 부산외국어대 비교법연구소에 '중국 개정 형법 개관'을 제출하는 등 사회주의 법체계와 사회주의 형법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관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아버지가 함흥 철수선을 탄 북한주민이었던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조 전 장관이 사회주의 법체계에 대한 전문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도 부인 정경심씨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도 "혐의만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임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조 전 장관이 사회주의 법체계에 대한 전문가였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 가족의 수많은 범죄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임명을 강행했던 이유가 '문 대통령의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 자신의 딸과 아들, 가족에 대한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보다는, 사회주의 법체계 전문가인 조 전 장관이 문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즉, 남북한 연합이나 통합 상황이 실현될 경우에 꼭 필요한 사람이 조국이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조 전 장관의 임명이 문 대통령의 정신활동이 비정상 상태이거나, 정치적인 이익계산 장치가 고장났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보다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세 차례 만남을 통해 오매불망 그려보게 된 남북한 통합 또는 평화체제 구축에 사회주의 법체계 전문가였던 조 전 장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많은 의문이 풀리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과 함께 그려보려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향한 사법개혁의 꿈은, 그러나 맑스나 레닌은 전혀 모르던 여론조사라는 통계학적 정치기법 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 드라마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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