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는 1949년 4월, 미국 주도로 영국 프랑스 등 서방 12개국(현재 29개국)이 모여 창설했다. 회원국의 안보 및 북대서양 지역의 민주주의 증대를 목적으로 했는데, 옛 소련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원 포 올, 올 포 원(one-for-all, all-for-one)’으로 불리는 조약 5조다.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이 군사적으로 지원하게 했는데 나토 역사에서 딱 한 번 2001년 9·11테러 때 발동됐다.
▷나토 창립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회원국 정상회의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원국 정상들 간의 기 싸움으로 얼룩진 채 4일 끝났다.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트럼프는 심지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방위비 지출을 지키고 있는 영국 루마니아 등 9개국만 따로 초청해 식사를 했는데, 이를 ‘나토 2% 지출자들(NATO 2 percenters)’의 오찬이라 불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는 설전을 벌였고, 다른 정상들로부터는 조롱을 받자 그는 예정된 기자회견도 취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트럼프의 행동은 무례했지만 회원국의 전력 약화가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나토 주요 7개국의 주력 전차를 모두 합쳐도 900대 정도다. 네덜란드는 군비 축소로 기갑부대를 모두 폐지해 현재 18대가 고작이다. 미국 국방비는 나토 전체의 70%나 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나토의 영어 약자 T(Treaty·조약)를 Toothless(이 없는)로 바꿔 ‘북대서양 이빨 빠진 기구’라고 비꼬기도 한다.
▷나토는 이번에 처음으로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중국의 군사 굴기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은 지난 5년간 80척의 군함과 잠수함을 진수했는데 이는 영국 해군 전체와 맞먹는 규모다. 유럽에 발을 넓히는 화웨이 등을 겨냥해 통신상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 모임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에서 탈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계속 남에게 안보를 의존했다가는 정말 ‘이빨 빠진 기구’가 될지도 모른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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