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7. 2. 05:01
■ 이영희의 [도쿄B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른 일본. [도쿄B화]는 사건사고ㆍ문화콘텐트 등 색다른 렌즈로 일본의 뒷모습을 비추어보는 중앙일보 도쿄특파원의 연재물입니다. |
"때는 1630년 에도(江戸) 막부 3대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미쓰(徳川家光) 시대, 일본 땅에 신종 전염병인 '적면포창(赤面疱瘡)'이 퍼져나간다. 젊은 남자들만 감염되며, 한번 걸리면 며칠 안에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 치료법을 찾지 못해 남성 인구는 여성의 4분의 1까지 줄어들고 사회 구조는 변화한다. 살아남은 남자들은 '씨를 잇는' 소중한 존재로 다뤄져 노동에서 배제되고 여성들이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대부분의 가업은 여성에서 여성으로 계승된다. 결국 쇼군가(家)에도 병마가 들이닥치고, 막부는 어쩔 수 없이 여성 쇼군으로 대를 잇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6월 29일부터 전세계에서 방영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오오쿠(大奥)'는 이런 가상의 일본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오오쿠'는 실제 에도 시대, 정실과 측실, 시녀 등 쇼군만을 위한 여성 1000여명이 모여 살던 '금남(禁男)의 공간'이었습니다. 여성이 쇼군에 오르자, 오오쿠는 이제 후대를 잇는 임무를 띤 꽃미남 3000명이 모인 남자들의 세계로 변모합니다.
'남녀역전(逆轉)'의 상상력에 일본인들이 빠져드는 데는 역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정치 분야에서 성별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은 138위로 사우디아라비아(131위)보다도 낮은 순위였고 일본 아래에는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이 있었습니다. 실제 일본 중의원(하원)에서 여성 의원의 비율은 10%에 불과하고(한국은 19%) 현 내각의 여성 장관은 2명뿐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 쇼군이 다스리는 세상을 그린 '오오쿠'가 갖는 의미는 큽니다. 이 작품에는 쇼군이 여성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당시 일어났던 사건들을 비교적 충실히 그리고 있어 '역사극'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습니다.
https://v.daum.net/v/20230702050112267
꽃미남 3000명 거느린 女쇼군…'남녀역전' 오오쿠, 日 홀렸다 [도쿄B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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