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3. 10. 5. 00:33 수정 2023. 10. 5. 00:39
증거 확보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자료는 있지만 직접증거는 없다?
난해한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문
공당 대표 신분 의식한 것 아닌가
유권무죄, 무권유죄. 실제로 그가 ‘공당의 대표’라는 사실을 영장 기각 사유의 하나로 기재되었다. 해석학과 언어철학을 전공했지만, 영장 판사가 밝힌 기각의 사유는 이차대전 중의 에니그마 머신만큼 난해하기 짝이 없다. 하나씩 살펴보자.
‘인적·물적 증거가 확보되었다’는 판단과 ‘직접증거가 부족하니 증거를 더 찾아오라’는 요구는 서로 충돌한다. 이 모순을 완화해 주는 게 증거라는 말 앞에 붙은 ‘직접’이라는 말. 즉, 간접증거는 많아도 직접증거는 없다는 얘기다. 대체 ‘직접증거’가 뭘까? 이재명 시장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 같은 것? 세상에, 자신들이 하는 불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멍청한 범인도 있던가. 육성 녹음 이외의 다른 증거들은 다 간접증거, 즉 한갓 정황에 불과하다는 말인가?
“공당의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의 대상임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말은 상식을 물구나무 세운다. 판사 본인도 있었을 것이라 의심하는 “피의자 주변 인물의 개입”도 그가 “공당의 대표”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대북송금 건은 진술의 임의성이 인정됐다. 사실 유죄판결과 다름없는데, 그럼에도 영장을 기각한 것은 ‘공당의 대표를 굳이 구속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소신에 상황을 억지로 꿰맞춘 것으로 보인다.
https://v.daum.net/v/20231005003324980
[진중권 칼럼] 무권유죄 유권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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