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23. 10. 31. 05:3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
광화문 월대 복원은 2003년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공언하면서 시작됐다. 2001년 5월 시작돼 2002년 7월까지 124부작 KBS드라마 '명성황후'가 인기리에 방영된 직후다. 사후 100여년을 '민비'로 불리던 '민씨'가 '명성황후'로 호칭이 높여진 것도 그쯤이다. 명성황후 뿐 아니라 흥선대원군과 고종에 대한 미화도 상당했던 그 드라마 내용을 실제 역사로 오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 '명성황후'와 뮤지컬 '명성황후'는 그런 면에서 '역사왜곡'이란 비판을 받았다.
광화문 월대 복원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월대 복원으로 조선 말 고종과 흥선대원군 치하의 아픈 역사가 자랑스러운 과거처럼 미화될 수 있단 점에서다. 미래세대에겐 잘못된 역사교육 장소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청은 "서울 옛 모습 찾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그 '옛 모습'은 고종 때인 1866년이다. 재위 4년차 고종이 14세였던 때다. 흥선대원군이 섭정하던 그 시절이고 조선이 망하기 겨우 수십년 전이다. 흥선대원군이 왕의 권위를 높이려고 조선 건국시에도 없던 월대를 경복궁 중건시 새로 만들었다. 역사상 가장 현명한 임금이었다는 세종 때에도 광화문에 월대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세종은 허락하지 않았다. 고종이나 흥선대원군이 판단력에서 세종보다 나은 통치자는 아닐 것이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도망가고 텅 빈 경복궁이 성난 백성들에 의해 불에 탔다. 270여년간 경복궁 자리는 폐허였다. 역대 임금들이 중건하려 했다지만 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무리한 중건을 실행한 흥선대원군도 권력을 아들에게 잃고 뒤로 밀려났다.
역사적 공간 복원엔 그 시절의 '영광' 혹은 '번영'도 재현하자는 의미도 담기 마련이다. 과연 고종·흥선대원군 시절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반추해야 한다.
https://v.daum.net/v/20231031053113125
광화문 월대 복원이 '역사왜곡'이 될 수 있는 이유[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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