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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재의 돌발史전] 한국 독립운동은 과연 테러리즘이었나?

바람아님 2023. 12. 15. 05:04

조선일보 2023. 12. 15. 00:00   수정 2023. 12. 15. 04:15

도대체 언제 침략과 무관한 일본 민간인을 살상했단 말인가

간혹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전 우리 독립운동도 결국 테러 아니었나?”

이것은 사실 대단히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한국인들은 정규 과정에서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교육을 받는다’며 이상하다는 일본인도 있습니다. ‘너희는 극우 교과서를 통해 전체주의를 가르치지 않느냐’고 하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 방송에서도 가끔 이 문제를 헷갈리기도 합니다. 지난해(2022년) 12월 15일에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김구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을 걸고 ‘공통점을 찾으라’는 문제를 냈다가 뭇매를 맞은 적이 있습니다. ‘현상금이 많다’는 게 정답이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었죠.

상당히 드문 경우지만 국내 학계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 적이 없지 않았습니다. 2004년 3월 20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역사연구회 기획발표회 ‘테러, 피압박민족의 저항수단인가?’에서였습니다. 의열단과 한인애국단 등 독립운동사에서 두드러졌던 이른바 ‘테러 전술’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우리의 의열투쟁은 일반적인 의미의 ‘테러’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서구적 인식으로 독립운동을 규정해선 안 된다.” 무슨 얘길까요. “테러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양민을 희생시키는 일을 그 수단으로 하지만, 우리 독립운동사에선 침략과 무관한 일본 민간인들을 인질로 삼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인생을 헌신하며 한 가지 숭고한 목표를 위해 자신을 불살랐으면서도 불의를 저지르지 않았던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이처럼 번영을 누리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너무나 분명한 사실에 대해 우리 모두는 곧잘 망각합니다. 임정도 의열단도 광복군도 다른 모든 독립운동가들도, 결코 알 카에다나 하마스가 아니었습니다.


https://v.daum.net/v/20231215000025487
[유석재의 돌발史전] 한국 독립운동은 과연 테러리즘이었나?

 

[유석재의 돌발史전] 한국 독립운동은 과연 테러리즘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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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와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을 나란히 놓고 '공통점을 찾아보라'는 문제를 냈던 2022년 12월 15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한 장면 일부. 답은 '현상금이 많다'는 것이었고, 방송 이후 많은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S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