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3. 12. 16. 00:04
‘장성에 이름을 쓰려고, 칼을 뽑아 벽돌 위의 짙은 이끼를 긁어내고 붓과 벼루를 주머니에서 꺼내 성 밑에 벌여놓고 사방을 살펴보았으나 물을 얻을 수 없었다. 성안에서 잠시 술을 마실 때 몇 잔을 남겨서 안장에 매달아 밤샐 것을 준비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모두 쏟아 밝은 별빛 아래에서 먹을 갈고, 찬 이슬에 붓을 적셔 여남은 글자를 썼다. - 건륭 45년 경자 8월 7일 밤 삼경에 조선 박지원이 이곳을 지나다.’
사진은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이 달밤에 성벽을 넘으며, 솟구치는 감회를 누를 길 없어 술로 먹을 갈아 글을 남겼던 고북구장성의 모습이다. 오랜 세월에 성벽에 쓴 글씨는 사라졌지만, 명저 『열하일기』와 함께 연암의 행적을 간직한 고북구장성은 지금도 달빛 아래 형형하다.
사진가 박하선이 지난 2008년부터 10년여 동안 ‘열하일기’의 행로를 사진으로 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압록강 건너 만주 지역 일대와 요동벌판, 그리고 당시 연경이라 불렀던 북경 일대와 사신단인 연암 일행의 최종 목적지였던 열하(지금의 승덕)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톺아가면서 기록한 것이다.
https://v.daum.net/v/20231216000413210
[사진의 기억] 사진으로 쓴 ‘열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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