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4. 2. 2. 00:37 수정 2024. 2. 2. 00:39
세계지도는 주어진 전제 조건
지정학이 역사 만들지는 못해
중국, 인문학적 전통 스스로 포기
일본, 서구와 정신적 동질성 갖춰
‘자유와 인간애 구현’ 실천하는
문화강국 이상 후대에 물려줘야
역사는 인간의 시대적 선택
6·25전쟁 73주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국전쟁의 지정학적 연구에 관한 저서를 소개 권고했다. 다른 논평은 없이 중국 이해와 관계 개선에 관한 두 번째 추천서였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 후 첫 중국 대사로 노영민 전 의원(이후 문 대통령 비서실장이 됨)을 임명했다. 중국에 관한 관심과 열정이 두터웠다. 집권 기간 중 미국에 대한 비판은 있었어도 중국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그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필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6·25와 같은 정치적 사건에서 지정학적 해명과 연구가 어느 정도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함이다....역사는 그런 결정된 공간적 여건과 기반 위에서 벌어지는 민족과 인류의 목적과 선택에서 이루어진다....나 개인도 그랬다.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나를 도와주던 마우리 선교사(1880~1971년)가 제안해 왔다. 중국 북경 대학으로 간다면 학비와 생활비까지 도와줄 수 있는데 어떻겠느냐고....대학에 간다면 일본 도쿄에 가고 싶다고 했다. 내 뜻을 받아들인 마우리 선교사는 도쿄 와세다 대학교 호아시 리이치로(帆足理一郞) 철학 교수에게 소개와 추천 편지를 주었다.
지금은 한문(漢文) 문화와 일본 문화 그리고 한국 문화권이 공존하는 위상으로 바뀌고 있다. 선의의 정신사적 경쟁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을 큰 산과 작은 산으로 비유할 정도의 지정학적 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친중국 정책이 친 자유세계보다 유리하며 그것이 지정학적 유산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북한과의 통일을 위해서는 당분간 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그래서 재임 기간의 정치적 노력을 윤 정부가 역행한다고 불만을 노출해왔다. 지금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는 발언을 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 김여정의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긴 세월이 지나기 전에 무력, 부강을 꿈꾸는 공산 정권보다는 문화 강국으로 공존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이상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우리 시대의 사명은 막중하다. 그 목적을 위해 선택할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할 때가 지금이다. 역사는 지정학적 공간의 유산이 아니다. 자유와 인간애를 구현, 실천하는 국가가 선한 열매를 이웃 나라에 베푸는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https://v.daum.net/v/20240202003755643
[김형석의 100년 산책] 지정학적 운명 아닌 역사적 창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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