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9. 20. 23:52
내가 산책하는 공원에는 저녁이면 청년 한 무리가 모인다. 인사 외에 거의 말이 없는 이 모임은 러너스 클럽인데, 공원 트랙을 한 바퀴 뛰면 별 대화 없이 각자 흩어진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같이 있으면 괴로운 시대의 MZ식 해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리나 허츠의 책 ‘고립의 시대’에는 감옥을 숙식과 돌봄이 있는 공동체로 인식해 일부러 경범죄를 저지르는 일본 노인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이, 일본에는 고립을 담당하는 장관이 있다. 이미 외로움이 국가 문제로 인식된다는 방증이다.
외로움은 별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자기 돌봄과도 직결된다. 삶에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타인이 아닌 자신과 이룬 관계다. 하지만 나를 가장 소외시키는 게 자신인 경우가 많다. 최근 자기 돌봄을 자기 계발과 동일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문제는 과도한 인증 문화가 경쟁을 부추겨 자신을 더 소외시킨다는 데 있다.
외로움은 타인이 아니라 나와 건강하게 연결이 복원될 때 치유된다. 사실 외로움은 존재의 필연적 조건이다. 그럼에도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부족한 나를 비난만 하지 않고 다독여 기다려주는 것이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될 때, 외로움은 끝내 견고한 고독으로 진화한다.
https://v.daum.net/v/20240920235215715
[백영옥의 말과 글] [372] 나를 돌본다는 것
고립의 시대 베스트셀러
초연결 세계에 격리된 우리들
저자 노리나 허츠 | 역자 홍정인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 2021.11.19.
페이지수 492 | 사이즈 147*215mm
판매가 서적 19,800원 e북 13,9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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