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0. 16. 00:15
공민왕은 애민 군주였지만 노국 공주 떠난 뒤 자제력 잃어
태조 이성계의 세자 선택도 신덕왕후 때문에 정당성 잃어
통치자는 개인 초월한 존재 나라 위해서 때론 악인 돼야
태종·세종도 인간적 연민 극복 지금 국민의 인내, 한계 달했다
칸트로비치(E. Kantorowicz)에 따르면, 왕에게는 ‘두 개의 신체’(two bodies)가 있다. 자연인의 신체와 왕의 신체다. 왕은 한 개인인 동시에 왕국의 통치자다. 한 몸에 둘이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왕의 영혼은 공인과 사인이 싸우는 거센 격투장이다. 공이 사를 이기면 나라가 산다. 그 반대면 나라가 망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그런 사례다. 늙은 리어왕은 왕국을 삼분해 세 딸에게 상속하려 했다. 조건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하지만 상속을 노리는 사랑은 불순하다며 막내딸 코델리아가 거부했다. 분노한 리어왕은 두 딸에게만 상속하고, 코델리아는 추방했다. 하지만 딸들에게 버림받은 리어왕은 황야를 떠돌고, 전쟁이 일어나고, 모두가 죽었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은 탐욕이다. 그러나 첫 불씨가 된 건 리어왕과 코델리아의 착각이었다. 왕가의 사랑을 공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 문제로 오인했다. 우리 역사에도 그런 일이 많다.
왕과 대통령은 다르다. 그러나 통치자는 모두 개인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는 때로 악인이 되는 길도 피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의 충고다. 통치자란 이처럼 인간과 야수의 경계에 선 존재다. 인간의 따뜻함과 거리가 먼 붕망(朋亡·사사로운 관계를 끊음)의 길이다. 태종이 그랬다. 성군 세종도 인간적 연민을 누르며 인내했다. 진정한 통치자의 과업은 인간성(humanity)의 가장 가혹한 시련이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헌신은 종교적 순교보다 어렵다. 김건희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와 아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https://v.daum.net/v/20241016001513181
[朝鮮칼럼] 나라인가, 아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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