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10. 18. 00:02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은 평등한 사회와 민주주의를 발달시킨다. 고대 그리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최초의 문명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일대 문명이다. 강 하구의 평지에 관개수로 농업을 통해 성장했다. 이런 농업 경제가 성장하려면 토지와 노동력이 필요하다. 고대 국가는 전쟁을 통해 농지를 확장하고 노예를 획득하며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런 사회는 절대군주가 계급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는 수직적인 사회 구조를 띤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는 지리적 상황이 달랐다..... 산맥과 산맥 사이의 공간은 넓지 않다. 그래서 하나의 제국보다는 여러 개의 도시국가로 성장했다.....좁은 계곡에서 만들어진 그리스 도시국가는 인구밀도가 높았다. 덕분에 주변에 물건 사주는 사람이 많아 상업이 발달했다. 상업의 기본은 거래다.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만들어진 장소는 6·25전쟁 피란민 때문에 인구밀도가 높아진 부산이다. ‘국제 시장’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상업이 발달한 지는 불과 50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농업 경제와 조선 시대 유교 가치관이 남아있다. 가장 심한 곳이 정치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과 거래와 약속의 훈련이다. 인터넷 발달로 시작된 ‘당근마켓’이 그런 훈련을 해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이웃이 땅을 사면 내 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제로섬 게임의 농사꾼 마인드다. 장사꾼은 이웃과 내가 거래해서 둘 다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이를 경험한 세대는 그렇지 않은 유교 농업 세대와는 다른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북한은 1990년대 극심한 기근을 겪는 ‘고난의 행군’ 시대가 있었다. 이때 북한 공산 사회의 배급 시스템이 붕괴됐고, 일부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한 ‘장마당’이 허용됐다.....최근에는 자릿세를 높게 걷는 공산당원에게 대드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장마당 시장이 북한 사회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장마당 세대는 대화와 타협이 조금은 더 쉬울 것이다. 미래는 대한민국의 당근마켓 세대와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이끌어 갈 것이다.
https://v.daum.net/v/20241018000217698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南 ‘당근마켓’ 세대와 北 ‘장마당’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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