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3. 18. 00:02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는다. 널리 알려진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법학도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사회에 아무 이득도 못 되면서 가난한 사람 피만 빠는 이[蝨] 같은 존재를 없애 그 돈으로 다수를 구한다는 ‘정의로운’ 목적에서다. 그러나 그는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도 정작 돈은 취하지 않는다.
히브리어 ‘죄’는 ‘하나님 뜻’을 절대 기준 삼은 개념어고, 죄(罪)라는 한자는 ‘그릇된 일을 하여 법망에 걸리다’의 의미를 지녔다 한다. 러시아어 ‘죄(prestuplenie)’에는 ‘넘어서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히브리어나 한자에 비해 관념적이고 표상적이다. 죄는 근본적으로 선(線)을 ‘넘는’ 행위다. 그 ‘선’을 사회제도로 획정하면 사법이 되고, 인간의 도리로 규정하면 윤리가 된다.
그러나 라스콜니코프의 범죄론은 일반인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비범한 인간 즉 초인은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존재이므로, 죄인의 본성을 지니고 있다....초인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위험천만한 이 생각은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에 이르러 “영혼의 불멸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사상으로 진화한다.
‘죄와 벌’은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이 오래도록 고통받다가 자수하여 광명 찾는 이야기다....‘죄와 벌’은 범죄 사건으로 포장된 인간 고통의 이야기며, 결국은 그 캄캄한 터널 끝에 나타나는 구원의 서사다. 소설 내용과 분량 면에서 죄는 극도로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지만, 벌은 길게 이어진다..... 150년도 더 전에, 위대한 예술가는 이렇게 예언했었다.
“모두들 공황 상태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누구를 유죄로 하고, 누구를 무죄로 할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어떤 무의미한 증오에 사로잡혀 서로를 죽여갔다.”
https://v.daum.net/v/20250318000216896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죄와 벌
[김진영의 자작나무 숲]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다시 읽는다. 널리 알려진 소설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가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법학도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사회에 아무 이득도 못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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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1 베스트셀러
저자 도스토예프스키 | 역자 김연경
출판 민음사 | 2012.3.30.
페이지수 502 | 사이즈 130*200mm
판매가 서적 9,900원 e북 6,930원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베스트셀러
저자 도스토예프스키 | 역자 김연경
출판 민음사 | 2012.11.1.
페이지수 1,700 | 사이즈 132*225mm
판매가 서적 23,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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