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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시 [고두현의 아침 시편]

바람아님 2025. 3. 21. 01:14

한국경제  2025. 3. 21. 00:04

    새로운 거상(巨像) 
                      엠마 라자러스

두 개의 땅을 정복자의 발로 밟고 있는
저 그리스의 청동 거인과 달리
여기 파도에 씻기고, 석양에 빛나는 관문에
횃불을 든 승리의 여신이 서게 되리라.
그 횃불은 번개를 품고, 그녀의 이름은
망명자의 어머니. 횃불 든 손은 
온 세계를 환영의 빛으로 밝히고
온화한 눈은 다리로 이어진 두 항구 도시를 보네.
“오랜 대지여, 너의 옛 영광을 간직하라!”
그러면서 굳은 입술로 그녀는 외치리라. 
“나에게 보내다오. 너의 지치고, 가난하고, 
자유롭게 숨쉬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풍요로운 해안가의 가련한 사람들을,
폭풍우에 시달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나 황금 문 곁에서 등불을 높이 들고 있을 테니.”

미국 이민자의 희망,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시입니다. 미국 시인 엠마 라자러스(Emma Lazarus)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883년에 썼습니다. 그의 염원에 힘입어 여신상은 3년 뒤인 1886년에 세워졌지만, 그는 완공 다음 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1903년 여신상의 받침대에 이 시가 새겨짐으로써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게 됐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항 입구의 리버티섬에 세워진 키 93.5m, 무게 204톤의 거상(巨像)이지요. 프랑스가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선물한 것입니다. 이 선물이 미국 땅에 전달된 것은 1885년 1월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분해한 200여 개의 구리판을 배로 운반해 조립해야 했는데, 그 예산이 없어서 한동안 하역장에 방치돼 있었지요. 이 사연을 들은 퓰리처가 신문 모금 캠페인을 벌였고, 그 모금 과정에서 이 시가 탄생했습니다.

여신상이 왼손에 든 책에는 로마 숫자로 1776년 7월 4일(JULY IV MDCCLXXVI), 즉 미국 독립기념일이 적혀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세계를 비추는 횃불을 들고 있습니다. 여신상이 끊어진 쇠사슬을 밟고 서 있는 것은 ‘노예 상태에서의 해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 여신상은 19세기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처음 만나는 꿈의 상징이었습니다.

엊그제에는 미국과 프랑스의 우정을 상징하는 이 자유의 여신상이 양국 갈등의 상징으로 떠올랐지요. 프랑스의 한 야당 대표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노선과 해외 원조 축소 등을 비판하며 “그럴 거면 자유의 여신상을 돌려달라”고 주장하자, 백악관 대변인이 “그럴 생각 전혀 없다”며 “프랑스인이 지금 독일어를 쓰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 덕분”이라고 받아쳤습니다.

그러자 “프랑스가 미국 독립을 돕지 않았으면 미국은 여전히 영국 식민지일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양국 정치인들의 날 선 공방을 지켜보는 마음은 영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자유’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되는 요즘입니다.


https://v.daum.net/v/20250321000401322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시 [고두현의 아침 시편]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시 [고두현의 아침 시편]

    새로운 거상(巨像)                        엠마 라자러스 두 개의 땅을 정복자의 발로 밟고 있는 저 그리스의 청동 거인과 달리 여기 파도에 씻기고, 석양에 빛나는 관문에 횃불을 든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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