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6.0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고려 때 유원적(兪元勣)이 권신 김인준(金仁俊)을 제거하려다 모의가 탄로 나서 잡혔다.
김인준이 그의 형 유천우(兪千遇)를 불러 "공의 아우가 나를 죽이려 했소.
이 사실을 알았는가?" "알았소."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으니(知而不言) 그대도 한패구려."
"그가 그 말을 하기에 꾸짖고 매질을 해서 쫓아 보냈소.
실패할 줄 알았지만 내가 고변한다면 이 때문에 연로하신 어머님 마음이 상하실 테고,
사람들은 제 동생을 고발해서 제 죽음을 면했다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 아니오. 그래서 알릴 수 없었소."
김인준이 말했다.
김인준이 말했다.
"만약 공이 몰랐다고 했다면 더욱 의심을 샀을 터이나, 이제 사실대로 말하니 문책하지 않겠소.
지난번 내 동생 집에서 잔치할 때 홍시 맛이 좋다고 다들 칭찬했는데
그대만 먹지 않기에 내가 까닭을 묻자 그대는 가져가 어머니께 드리겠다고 대답했소.
어머니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두려웠다고 한 말을 내가 믿으리다."
유천우는 파직만 되고 유원적은 처형되었다. '고려사' 열전과 '역옹패설'에 나온다.
정약종이 천주교 신자로 붙들려 갔다.
정약종이 천주교 신자로 붙들려 갔다.
그의 동생 정약용이 연좌되어 의금부의 취조를 받았다. 그는 진술을 거부하며 말했다.
"임금을 속일 수 있습니까? 임금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형 일을 증언할 수 있습니까? 형 일은 증언할 수가 없습니다."
임금을 속여 거짓말할 수도 없고, 형을 고발해 죄 입게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화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알고도 그렇게 했다. 당시에 명언으로 회자되었다. '매천야록'에 나온다.
형제의 잘못을 알지만 혈육 간 일이라 고발할 수가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천륜을 해칠 수 없다고 여겨 두 사람은 그렇게 했다.
형제의 잘못을 알지만 혈육 간 일이라 고발할 수가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천륜을 해칠 수 없다고 여겨 두 사람은 그렇게 했다.
유천우는 능란한 처세로 좋은 평을 못 받았던 인물인데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하나로 제 목숨을 지켰다.
다산은 이 일로 혹독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지금은 바야흐로 자식이 아비를 고발해 악담하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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