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복잡하다 보니 말과 침묵 사이가 궁금하다.
침묵하자니 속에서 열불이 나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신흠(申欽·1566~ 1628)이 말한다.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當語而嘿者非也, 當嘿而語者非也. 必也當語而語, 當嘿而嘿, 其惟君子乎)."
군자란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잘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말해야 할 자리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로 있다가, 나와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면 소인이다.
이항로(李恒老·1792~1868)가 말했다.
이항로(李恒老·1792~1868)가 말했다.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은 진실로 굳센 자만이 능히 한다.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대단히 굳센 자가 아니면 능히 하지 못한다
(當言而言, 固强者能之. 當默而默, 非至强不能也)."
굳이 말한다면 침묵 쪽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조현기(趙顯期· 1634~1685)도
"말해야 할 때 말하면 그 말이 옥으로 만든 홀(笏)과 같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면, 그 침묵이 아득한 하늘과 같다
(當語而語, 其語如圭璋. 當嘿而嘿, 其嘿如玄天)"고 했다.
공자가 말했다.
공자가 말했다.
"함께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 말하면 말을 잃는다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할 말만 하고, 공연한 말은 말라는 뜻이다.
'맹자'"진심(盡心)" 하에는 이렇게 적었다.
"선비가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하는 것은 말로 무언가를 취하려는 것이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낚으려는 것이다
(未可以言而言, 是以言餂之也. 可以言而不言, 是以不言餂之也)."
꿍꿍이속이 있을 때 사람들은 말과 침묵을 반대로 한다.
김매순(金邁淳·1776~1840)의 말이다.
김매순(金邁淳·1776~1840)의 말이다.
"물었는데 대답을 다하지 않는 것을 함구[噤]라 하고, 묻지 않았는데도 내 말을 다해주는 것은 수다[囋]라 한다.
함구하면 세상과 끊어지고, 말이 많으면 자신을 잃고 만다
(問而不盡吾辭, 其名曰噤, 不問而惟吾辭之盡, 其名曰 . 噤則絶物, 則失己)."
정경세(鄭經世·1563~1633)는 호를 일묵(一默)으로 썼다.
쓸데없는 말 만 마디를 하느니 차라리 내처 침묵하겠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침묵만이 능사가 아니다. 바른 처신이 어렵다.
말과 침묵, 둘 사이의 엇갈림이 참 미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