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09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칠등팔갈(七藤八葛)은 다산이 즐겨 쓴 표현이다. 등넝쿨이 일곱인데 칡넝쿨은 여덟이다. 이 둘이 겹으로 칭칭 엉켰으니 어찌 풀 수 있겠는가? 뒤죽박죽 손댈 수 없는 갈등(葛藤)의 상태를 말한다.
'악서고존(樂書孤存)'에서는 '꼬리는 머리를 돌아보지 못하고, 왼편은 오른편을 건너보지 못한다.
열 번 고꾸라지고 아홉 번 엎어지며, 일곱이 등넝쿨이면 여덟은 칡넝쿨인데도 근거 없는 말로 꾸미려든다
(尾不顧首, 左不顧右, 十顚九踣, 七藤八葛, 以飾其無稽之言)'고 썼다.
칠등팔갈에 백관천결(百綰千結)을 붙여 쓰기도 했다.
백 번 얽어매고 천 번 묶었다는 말이다.
'폐책(弊策)'에서는 이렇게 논파했다.
'폐책(弊策)'에서는 이렇게 논파했다.
"사물이 오래되어 폐단이 생기는 것은 이치가 그렇다.
성인으로 성인을 잇게 해도 더하고 덜함이 있게 마련인데 하물며 후세의 법이겠는가?
안으로는 온갖 기관의 폐단이 소털처럼 많고, 밖으로 여러 고을의 폐단은 고슴도치 가시 같다.
백 군데에 구멍이 나고 천 곳에 부스럼이 돋아 도무지 막을 수 없는 것은 폐단의 근원이요,
칠등팔갈을 어찌 해 보기 어려운 것은 폐단의 가지이다.
사농공상에 저마다 폐단이 있고, 군전(軍田)과 전곡(錢穀)도 폐단 없는 곳이 없다.
이제 분발해 일으켜서 이목을 일신코자 해도 어디로부터 말미암이겠는가?
중화(中和)의 덕을 이루고 임금의 덕을 힘쓰라는 것은 상투적인 말일 뿐이고,
인재를 얻어서 상벌을 밝게 하라는 말은 그저 해보는 소리일 뿐이다
(大抵物久而弊, 物之理也. 以聖承聖, 尙有損益, 況於後世之法乎. 內而百司, 其弊如牛毛, 外而諸路,
其弊如猬刺. 百孔千瘡, 莫遏者弊源也, 七藤八葛, 難理者弊條也. 士農工商, 各有其弊, 軍田錢穀,
無不受弊. 今欲奮發興作, 一新耳目, 則其道何由. 致中和勉君德, 無非套語, 得人材明賞罰, 都是例談)."
가파른 산길의 등넝쿨과 칡넝쿨은 이것으로 더위잡아 오르기도 한다.
반등부갈(攀藤附葛)이 그것이다.
그런데 저희끼리 얽히고설켜 서로 잡아먹겠다고 으르렁대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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