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7.23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박제가의 처남 이몽직(李夢直)은 충무공의 후예였다.
하루는 남산에 활을 쏘러 갔다가 잘못 날아든 화살에 맞아 절명했다.
박지원(朴趾源·1737 ~1805)은 '이몽직애사(李夢直哀辭)'에서
'대저 사람이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은 요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夫人一日之生, 可謂倖矣.)'고 썼다.
한 관상쟁이가 어느 여자에게 말했다.
한 관상쟁이가 어느 여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쇠뿔에 받혀 죽을 상이요. 외양간 근처도 가지 마시오."
그 뒤 여자가 방안에서 귀이개로 귀지를 파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방문을 확 밀치는 통에 귀이개가
귀를 찔러 죽었다. 살펴보니 귀이개는 쇠뿔을 깎아 만든 것이었다. 같은 글에 나온다.
해괴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아침저녁으로 일어난다. 정상 운항하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되고, 하늘에서 강철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진다. 세상 사는 일이 내 의지가 아니다.
박지원은 또 '이존당기(以存堂記)'에서 술로 인한 잦은 말실수로 비방이 높아지자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박지원은 또 '이존당기(以存堂記)'에서 술로 인한 잦은 말실수로 비방이 높아지자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장중거(張仲擧)란 인물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사해가 저처럼 크다 해도 뭇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거의 발 들일 데조차 없다. 하루 중에도 그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증험해보니 요행으로 살고 요행으로 면하지(僥生倖免 : [요행 요, 날 생, 요행 행, 면할 면]) 않음이 없다.'
방에 틀어박혀 있는다고 쇠뿔의 횡액을 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찌할까?
그렇다면 어찌할까?
이규보(李奎報·1168~1241)의 '이불 속에서 웃다(衾中笑)' 6수 연작은 밤중에 이불 속에서 세상의 웃을 만한 일들을 떠올리며
혼자 낄낄댄 사연이다. 그중 네 번째는 이렇다.
'웃는 중에 네 번째는 바로 내 자신이니, 세상살이 잘못 없음 요행일 뿐이라네.
곧고 모나 모자란 것 모르는 이 없건만, 원만해서 이 자리에 올랐다고 말하누나.
(笑中第四是予身, 涉世無差僥倖耳. 直方迂闊人皆知, 自謂能圓登此位.)'
세상이 험해 요행 아닌 것이 없지만, 어찌하겠는가? 밖에서 오는 환난이야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그래도 우직하게
내 마음자리를 돌아보며 뚜벅뚜벅 걸어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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