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09.09.22 김영나 서울대 교수·서양미술사)
- 산 로마노의 전투.
우첼로(1397~1475)는 원근법에 '미친' 화가였다. 그는 잠을 자면서 "원근법은 정말 사랑스러워"라고 잠꼬대를 했는데 부인은
<게시자 추가 - Uccello, Battle of San Romano, London, 1440s>
<게시자 추가 - "파올로 우첼로" 관련 다른 글 >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 전투>
아내보다 사랑한 원근법, 회화의 새로운 길 열어
명화산책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은 원근법이 발달하지 않아 표현방식이 서툴렀지만 우첼로는 <산 로마노 전투>에서 근대적 원근법을 실험했다.
르네상스 시대에 원근법의 선구자였던 우첼로는 <산 로마노 전투>에서 중앙의 고정된 점에서 시작된 땅 위에 창을 세워 후퇴하는 시선을 만들어 냈다.
작품(사진)은 위 이미지로 대신함
이 작품은 미술 역사상 실제의 전쟁을 다룬 최초의 작품으로서 1432년에 산 로마노 근처에서 벌어졌던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벌어진 작은 전쟁을 그렸다. 우첼로는 이 작품을 통해 15세기 그림에 ‘전쟁’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도입했다.
피렌체와 시에나는 적대적 관계였다. 1432년 산 로마노 근처에서 매복 중이었던 시에나군은 피렌체를 기습 공격한다. 병력이 우세한 시에나군의 기습 공격에 사령관으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피렌체 장군 니콜로 다 토렌티노는 20여 명의 기병을 데리고 산 로마노 탑 앞에서 적진을 향해 돌진한다.
토렌티노는 진격해 오는 시에나 대군들 앞에서 용맹스럽게 칼과 창을 들고 맞서 싸웠다. 피렌체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토렌티노 장군은 무려 여덟 시간 동안 수적으로 열세한 군사를 가지고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위대한 메디치 가문 코시모는 절친한 친구 토렌티노가 승리로 이끈 산 로마노 전투를 기록하고 싶었다. 코시모는 우첼로에게 작품을 의뢰하면서 전투 장면을 정확하게 그리면서 군마는 화려하게 장식하라고 주문한다.
우첼로는 코시모의 의뢰대로 산 로마노 전투의 내용을 가지고 3부작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코시모는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토렌티노의 용맹을 보여주고 있는 세 작품 모두 메디치 궁에 있는 자신의 침실의 벽에 걸어 두었다.
메디치가의 궁전을 장식하고 있었던 3부작 가운데 이 작품은 두 번째 전투 장면으로, 병사들은 중세의 기사도 복장을 하고 있다.
화면 왼쪽 백마를 타고 붉은 색의 모자를 쓴 남자가 피렌체 장군 니콜로 다 토렌티노다. 20여 명의 군사 앞에 서 있는 토렌티노의 머리 위에 메디치가의 코시모를 뜻하는 ‘솔로몬의 매듭’이 그려진 군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실적 회화 위해 동작과 원근법에 심혈을 기울여
실제의 전투에서 토렌티노는 이 작품에 묘사된 모자를 쓰지는 않았지만 우첼로는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주인공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백마 뒤로는 부러진 창과 투구가 놓여 있고 병사는 죽어서 쓰러져 있다. 죽은 병사를 묘사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표현법이었다.
장군 뒤로 왼쪽의 피렌체 기사들은 창으로 무장을 하고 있고 멀리 보이는 기사들은 창과 나팔, 군기를 들고 산에 오르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기사는 적군 두 명에 의해 창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자 곤봉으로 싸우고 있다. 기사가 타고 있는 말은 싸움에 피해 날뛰고 있다. 하지만 말은 싸움을 하고 있는 이미지보다는 회전목마를 연상시켜 사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화려한 투구를 쓰고 있어 기사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토렌티노 장군 뒤에 있는 나이 어린 기수들과 나팔수의 얼굴이 투구를 쓰지 않아 보인다.
파올로 우첼로<1397~1475>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동작과 원근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그는 전경과 후경 사이에 산울타리를 그려 넣어 전투와 배경과의 거리감을 주었다.
우첼로는 아내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원근법이라고 밝힐 정도로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원근법에 빠진 그는 의뢰한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그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겨 말년에 가난하게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그의 원근법은 회화의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필자 소개
동덕여대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한 후 7회의 개인전을 연 화가다. 2004년에는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를 출간하면서 작가로도 명성을 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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