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09.10 김기훈 프리미엄뉴스부 차장)
수능 9월 모의고사가 끝나자 마음 급한 학부모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프리미엄조선의 교육 필진에 논술을 잘 쓸 수 있는 요령을 물어달라고 했다.
수험생마다 개성이 다른데 글쓰기의 왕도(王道)가 있을까.
답변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중국 송나라 문호 소동파(蘇東坡·1036~1101)의 학습법을 귀띔했다.
과거를 위한 학습법이니 요즘 대입에도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동파에게는 왕상(王庠)이라는 조카사위가 있었다.
동파에게는 왕상(王庠)이라는 조카사위가 있었다.
그가 과거 준비를 위해 동파에게 공부법을 묻는 편지를 보내자 동파가 평생 갈고닦은 합격 요령을
알려준다. 동파는 답신에서 먼저 '나의 젊은 시절에는 인명과 지명, 각종 숫자, 연대기 및 책 제목 등을
달달 외워 썼는데 대체로 요즘 응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암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이어 '책을 읽을 때는 핵심을 잘 파악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고 독서 요령을 강조했다.
또 '책은 풍부함이 바다와 같아서 온갖 내용을 다 갖고 있다[書富如入海, 百貨皆有之].
사람의 힘으로 그 풍부한 내용을 모두 얻을 수는 없고, 얻고자 원하는 부분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책을 읽을 때에는 매번 목표 하나를 먼저 정한 뒤에 그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每次作一意求之].'
옛사람들의 지혜를 배울 때나 인용할 만한 고사·전고 등을 찾을 때도 이 방식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동파는 다른 글에서 역사서인 '한서(漢書)'를 깨우친 경험을 소개한다.
동파는 다른 글에서 역사서인 '한서(漢書)'를 깨우친 경험을 소개한다.
그는 '정치의 도(道), 인물, 지리, 관제, 병법, 재화 같은 것들을 한 번에 하나의 포인트만 정해 독서를 하니[每一過專求一事]
몇 차례 지나지 않아 사물 하나하나의 정수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독서로 습득한 지식은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는 '사민사에게 답하는 편지[答謝民師書]'에서 사민사의 글을 높이 평가하며 이렇게 말한다.
'구름이 떠돌고 물이 흐르는 것 같다[行雲流水]. 고정된 형식은 없지만 가야 할 곳에서는 가고, 멈추지 않을 수 없는
곳에서는 멈춘다. 문장의 구조는 자연스럽고, 형태는 변화가 많지만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다.'
소동파는 950여년 전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소동파는 950여년 전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요나라 사신은 동파의 글을 인용하며 외교 협의를 시작했고, 동파를 본떠 개명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경비원이 신작 노랫말을 출판 전에 훔쳐 시중에 퍼뜨리는 절도 사건도 발생했다.
동파의 글쓰기 방식은 후대에 상당한 칭송을 받았다.
동파의 글쓰기 방식은 후대에 상당한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빼어난 문장력을 가진 동파도 1차 과거시험에서는 2등을 했다.
채점 총감독인 구양수(歐陽脩)가 수험생 이름을 가리고 채점을 하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답지를 발견했지만
자기 수제자인 증공(曾鞏)이 쓴 것으로 생각하고 구설을 피하려고 2등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논술을 잘 써도 채점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대입 시험에서 요령과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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