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매력과 독립적 시선 함께 담아 관능미·자의식 共存하는 김혜수 사진
여성들이여, 이젠 자존감을 돌아보라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김혜수, 2004. /박상훈 사진작가 | 가을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겐 손님맞이에 바쁜 계절이다. 몇 년씩 준비해온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드는 전문가들과 시간을 나누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로 가을이 깊어간다. 최근 몇 주 동안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작가이거나 전시 기획자이거나 학자이거나 사업가였는데, 성별이나 연령 구분 없이 한국에 대한 인상으로 빠트리지 않는 말이 있었다. 한국의 여성들이 특별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반복해서 같은 말을 듣다 보니 자연히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한국적'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 무엇이 '우리다움'의 핵심인지 말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영국적 '전통(傳統)', 프랑스적 '취향(趣向)', 일본적 '절제(節制)', 중국적 '규모(規模)' 등과 같이 다소 거칠지만 당연한 합의가 우리에겐 별로 없다. 그래서 더욱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낀다는 한국적 여성미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습관적으로 이름 붙여온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나 온화한 어머니상은 아닐 것이다. 아름다움은 현재진행형의 체험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정보에 민감하고 준거집단의 표준에 충실한 성향을 지녔다. 그러다 보니 주변인들의 영향을 쉽게 받고 유행을 잘 따르기도 한다. IT 강국이기도 한 우리는 온 국민이 손에 쥔 스마트폰을 무기로 쉴 새 없이 자료를 흡수하고 나눌 수 있으며, 그 결과 빠르게 변화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에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유명인의 화보 사진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연예인의 공항 패션이 아름다움의 교과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유명인을 찍은 사진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에는 대체로 인색하다. 그것은 사진 한 장이 지니는 영향력의 수명이 아주 짧아서, 감상되기보다는 소비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