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1.27 이영완 산업2부 과학팀장)
작년 영화에 1968년 作 장면 보여 존경심 담아 본뜨는 오마주 덕분
미 과학자 오마주 횟수로 영화 평가, 전문가 비평이나 관객 수보다 정확
뇌과학으로 가요 성공 가능성 예측… 노래에 뇌 작동하면 대박 확률 높아
지난해 공상과학(SF) 영화 '인터스텔라'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관객들은 과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을 칭송했다.
그의 과학 스승은 영화 제작에 참여한 물리학자 킵 손이었다.
킵 손은 칼 세이건, 스티븐 호킹과 같이 연구한 세계적 이론물리학자다.
그런데 관객들은 놀런 감독에게 또 다른 스승이 있다고 얘기했다.
바로 1968년 개봉한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다.
먼저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돌판같이 단순하고 투박한 디자인의 로봇 타스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정체불명의 비석 모노리스(Monolith)를 닮았다.
모노리스는 원시 인류에게 도구 사용법을 전해줘 진화를 촉발했다.
또 타스가 "우주선 밖으로 날려 버리겠다"고 농담하는 장면은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간에게 반기(叛旗)를 든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을 연상시킨다.
할은 자신을 해체하려던 우주인을 우주선 밖으로 날려 버렸다.
관객의 눈썰미는 대단했다.
놀런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곱 살 때 런던에서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관객이 포착한 장면들은 실제로 놀런 감독이 큐브릭 감독에게 존경의 뜻으로 바친 '오마주(hommage)'였던 것이다.
영화감독이 자기 영화에서 과거 감명 깊었던 영화의 대사나 장면을 본떠 표현하는 것이 오마주이다.
영화 애호가에게 오마주를 찾는 것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흥미롭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또 다른 SF 흥행작 '아바타'(2009년)에서도 오마주의 대상이 됐다.
'아바타'에서 주인공이 동면 상태로 여행하는 우주선은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와 흡사하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 오마주는 같은 장르의 영화가 아니어도 된다. '아바타'에서 판도라 나비족에게 동화돼 인간과 싸우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늑대와 춤을'(1990년)에서 인디언 편에 선 미 기병대 던바 중위를 빼닮았다. '아바타'의 악당 쿼리치 대령은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 '지옥의 묵시록'(1979년)의 전쟁광 킬고어 중령을 닮았다. 킬고어의 헬기 부대는 바그너의 악극 '발퀴레의 기행'을 스피커로 틀고 베트남 시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이 장면은 쿼리치 대령의 전투선들이 나비족의 '영혼의 나무'를 폭격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때 폭탄을 싣고 간 우주왕복선 이름도 발퀴레 (영어 발음 발키리)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과학자들은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이 대학 복잡계 연구소의 루이 아마랄 교수는 지난 19일 과학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에서"1989년 이후 미 의회도서관의 국립영상보관소에 헌정된 미국 영화 625편의 가치를 오마주 횟수가 가장 정확하게 판정했다"고 밝혔다. 국립영상보관소는 전문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미학적으로 중요한' 영화를 선별해 헌정한다. 아마랄 교수는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에 있는 미국 영화 1만5425편을 대상으로 평론가의 비평이나 영화제 수상 기록, 관객들의 반응과 같은 주관적 기준과 인용 횟수, 관객 수와 같은 객관적 기준, 그리고 오마주 가운데 어느 쪽이 헌정 영화를 가장 잘 맞혔는지 분석했다. 정답은 오마주였다. 오마주로 많이 등장한 영화 중에 국립영상보관소에 헌정된 영화가 많았다는 말이다. 결국 영화의 가치는 영화감독들이 먼저 알아본 셈이다. |
분석 결과 오마주로 판정한 미국 최고 영화는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오즈의 마법사'(1939년)였다.
이 영화는 1989년 국립영상보관소에 헌정됐다.
둘째는 조지 루커스 감독의 SF 영화 '스타워즈'(1977년),
셋째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공포영화 '사이코'(1960년)였다.
그 뒤로 '카사블랑카'(1942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가 있다.
1991년 헌정된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10위를 기록했다.
아마랄 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 논문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알아볼 계획이다.
보통 과학 논문의 가치는 다른 논문에 인용된 횟수로 판단한다.
하지만 과학은 분야마다 규모가 달라 일률적 판단이 어렵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분야는 연구자가 많아 인용 횟수가 늘 다른 분야보다 많게 나온다.
반면 수학이나 지구과학 분야는 연구자가 적어 아무리 좋은 논문이라도 인용 횟수가 적게 나온다.
과학 논문에서 오마주라고 할 만한 것을 찾아내면 분야에 상관없이 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이 대중문화의 가치 판단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미 에모리대 연구진은 뇌과학으로 대중가요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에게 정식 앨범으로 발표되기 전 노래들을 들려주면서 뇌에서 기쁨이나 즐거움에 반응하는 영역인
보상 중추의 활동을 측정했다.
이때 보상 중추가 활발하게 반응한 노래는 3년 뒤 앨범 판매 실적이 좋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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