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사설] 日 외무성의 한국 소개 문구 格下, 졸렬하기 짝이 없다

바람아님 2015. 3. 6. 12:18

(출처-조선일보 2015.03.06)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의 한국 소개 문구가 최근 대폭 축소 개편되었다고 한다. 
기존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 나라'에서 
앞 대목을 대거 들어내고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단문(單文)으로 바꿨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회 시정연설 내용에 보조(步調)를 맞춘 것이라 한다. 
아베 총리는 2년 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했다가 작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생략하더니 지난달엔 '기본적 가치와 이익 공유'까지 빼고 그냥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만 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외무성 측은 2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개정(改定) 작업의 일환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하나 마나 한 해명이다. 일본 정부는 왜 그렇게 바꾸기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소한의 배경 설명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볼 때 작정하고 벌인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시장주의'는 우리만이 아니라 북한 등 몇 개 나라를 제외하고는 현대 국가 헌법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정신이다. 유엔이 한국전쟁에 참전(參戰)한 명분도 이것이었고, 
50년 전 한국과 일본이 과거 피해·가해 관계를 일단 내려놓고 국교 정상화를 하기로 결단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가치 공유가 
뒷받침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일 관계가 여러 곡절을 겪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파국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토대 위에서였다. 아무리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해도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졸렬하고 소아병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지금의 한·일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고 할 정도의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자극적인 언동(言動)부터 삼가야 한다. 아베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친서(親書)를 두 차례나 보낸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 격하(格下)'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을 벌인 것을 보면 
겉으로는 관계 개선을 요청하면서 내심(內心)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8·15에 맞춰 내겠다는 
'아베 담화'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일에 대해 좀 더 솔직한 해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