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오늘의 세상] "아베, 한국뿐 아니라 日국민에도 기만해서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바람아님 2015. 4. 17. 12:43

(출처-조선일보 2015.04.08 도쿄=김수혜 특파원)


위안부 등 실제 벌어진 일, 인정하고 책임지려 안해

日정부는 학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받아쓰기 시켜선 안돼


일본 정부가 일본 교과서만 고친 게 아니다. 미국 교과서도 고치려고 미국 맥그로힐 출판사에 압력을 넣었다. 

거기에 항의하며 집단성명을 낸 역사학자 20명 중 하나가 앤드루 고든(Gordon·63)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다. 

교토에 머물고 있는 고든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숫자가 틀렸다'면서 교과서를 고치라고 

요구하는데, 정말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정부가 학자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받아쓰기(dictate)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나는 바로 그 때문에 서명했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이 역사 수정주의에 빠졌다'는 논란이 일었는데.


"2차대전 중 일본은 제국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위안소를 세웠다. 많은 경우 위탁했지만 때로는 군이 직접 운영했다. 

위탁해도 운영을 감독했다. 병사들에게 납치당해 끌려온 여성도 있고, 속아서 팔려온 여성도 있었다. 

일본은 그런 불법행위에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는 근본적으로 강제적이었다. 

따라서 위안부 숫자가 정확히 몇 명이었는가가 사안의 핵심이 아니다. 

난징대학살도 마찬가지다. 정말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야만적인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일본 정부의 문제는.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벌어지지 않은 일(what didn't happen)'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역사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실제로 벌어진 일(what did happen)'이다. 

그들은 그걸 인정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만약 일본 외무성이 맥그로힐 출판사에 찾아와 '위안부 문제가 있었다는 건 슬픈 일이고, 

이런 역사를 당신들이 책에 기록해줘서 우리로서도 고맙다. 

다만 숫자가 좀 틀렸으니 이건 정확하게 바로잡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들은 그냥 그 사무실에 들어와 '틀렸다. 고쳐라' 했다."


―지금 일본 중학교 교과서 문제로 일본 사회 내부는 물론 한·중·일이 시끄럽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기술하면서 '영토 문제는 없다'고 기술했다고 들었다. 

영토 문제가 없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더라도 '중국은 이렇게 말한다, 일본 입장은 이렇다'고 적는 것이 정확하다. 

그렇지 않다면 학생들을 속이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독 역사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다. 근본적 이유가 뭔가.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살아있을 땐 오히려 화해가 쉽다. 

'아니, 겪어보니 실제론 그렇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패전 직후의 일본인들은 대체로 적국인 미국보다 자국 정부에 더 분노했다. 군부에 속았다고, 배신당했다고 느꼈다. 

주변국에 대해 어느 정도 죄책감도 느꼈다. 문제는 그런 감정과 경험을 가진 세대가 이제는 사라져간다는 점이다."


―일본이 느끼는 기묘한 '피해의식'에 대해 여러 번 지적해왔는데.


"그렇다. 그 뿌리가 바로 전쟁 경험에 있다. 

자기 정부에 속아서 잘못된 전쟁을 했다는 배신감. 

바로 그 때문에 패전국 일본의 국민은 남의 나라에서 전쟁을 벌였으면서도 전쟁 후에 자신들 개개인이 피해자라고 느꼈다. 

따져보면 이 배신감은 인간적으로 이해가 가는 한편, 무책임한 것이기도 하다. '상상력 결핍'이라고나 할까. 

자신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쪽 위치에 다 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나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한국인 등에 사과해야 할 뿐 아니라, 

일본 국민에게도 일본 정부를 대표해서 '기만해서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문제는 없을까.


"베트남은 프랑스와 미국을 싸워 이겼다. 인도도 영국을 이기고 독립을 쟁취했다. 

그래서인지 그 두 나라는 프랑스나 미국, 영국을 향해 별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다. 

심리적으로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반면 한국은 독립운동을 했지만, 외부적 요인으로 해방을 맞았다. 

일본이 사과와 망언을 반복한 탓도 크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일본 정부가 수없이 사과를 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좀 다르지만, 1990년대 초반 위안부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일본 정부는 정말 숱하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제 와서는 일본 정부가 '어떤 사과를 한들, 한국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이 사과한다 치자. 그것이 과연 분쟁의 종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소송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고민하는 것 같다."



	앤드루 고든 교수 사진

앤드루 고든 교수 사진

☞앤드루 고든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

앤드루 고든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본 근현대 노동운동을 전공한 경제사학자다. 

미국 학계에서 일본의 성취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 

동시에 일본 사회의 어둠도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학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