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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

바람아님 2015. 5. 11. 09:00

(출처-조선일보2015.05.11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사진

최근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 참사에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진의 참사 속에서도 질서를 지켜가며 구호품을 배급받던 네팔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인간을 우주로 보내고, 최첨단 과학기기의 발명으로 온갖 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대자연의 재앙 앞에서 인간은 여전히 속수무책인 듯이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지진의 중심권에서 벗어나 있어서 지진에 따른 대참사는 겪지 않았지만, 

완전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현존하는 최초 역사서인 '삼국사기'에도 지진에 관한 기록이 보이며,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地震)'이라는 단어가 1900건이나 등장한다.

실록에 따르면 지진이 가장 심하게 일어난 시기는 16세기 중종 때였다. 

"유시(酉時·오후 6시쯤)에 세 차례 크게 지진이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성난 우레 소리처럼 커서 인마(人馬)가 모두 피하고, 담장과 성첩(城堞)이 무너지고 떨어져서, 

도성 안 사람들이 모두 놀라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밤새도록 노숙하며 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니, 

노인들이 모두 옛날에는 없던 일이라 하였다. 팔도가 다 마찬가지였다." 

1518년(중종 13) 5월 15일의 이 같은 기록이 대표적이다. 

진도(震度)가 극히 약한 경우에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만 기록했지만, 

지진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시간, 소리의 크기, 피해 정도까지 상세히 기록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이처럼 실록에는 지진 발생 지역과 강도를 추론할 수 있는 기록들이 남아 있어서 미래의 지진 발생 상황을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11년 일본의 동북 대지진 참사에서 비롯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무엇보다 내진(耐震)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승정원일기'에는 1623년부터 1910년까지 288년간의 날씨가 거의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어서 

장기적인 기후 예측에도 도움이 된다. 

학문 분야 간 '통섭(通涉)'이 강조되는 지금은 인문학의 기록들을 자연과학 연구에 적용하는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