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일사일언] 6월, 그들을 기억하자

바람아님 2015. 6. 1. 08:47

(출처-조선일보 2015.06.01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사진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해마다 6월이면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6·25전쟁이 일어난 달이고, 국가 유공자를 추모하는 현충일도 6월 6일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6월마다 '호국보훈의 달' 같은 리본을 달고 다녔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에도 예외가 없었다. 

조선 시대에는 왜란이나 호란과 같은 큰 전란을 당한 후, 희생자를 높이는 작업에 힘을 쏟았다. 

살아 있는 유공자들을 포상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충절을 기리는 서원과 사당을 설치했다. 

영조대에는 충신과 열사의 자녀를 우대하기 위한 시험인 충량과(忠良科)를 실시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240여년이 지난 후에 제작된 '임진전란도(壬辰戰亂圖)'에는 부산진과 다대포진의 

항전 모습이 그려져 있다. 두 성을 빽빽이 둘러싼 왜적의 모습이 치열한 전투 상황과 함께 묘사되어 있다.

그림의 앞부분에는 '명나라를 칠 테니 길을 비켜 달라'는 일본군에 대항하여 '싸워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비켜주기는 어렵다'고 

적은 목패(木牌)를 던지고 분전한 동래부사 송상현의 모습이 선명히 나타난다. 

그림의 상단에는 전투에서 순절한 인물을 후대에 추숭(追崇)한 상황을 적고 있는데,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의 충절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임진왜란이 끝난 후인 1604년(선조 37) 6월 25일에 이루어진 공신 책봉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실제 전투에서 공을 세운 선무공신(宣武功臣)은 18명인 데 비해 선조의 피란길을 따라나선 호성공신(扈聖功臣)은 86명이나 

선정했다. 이것은 임진왜란의 승전 원인을 명나라 군대의 참전에서 찾은 국왕 선조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었다. 

곽재우·정인홍·조헌 같은 의병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병장들은 오히려 전란 후 조정의 견제를 받고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일제 강점기 항일 운동에 투신했던 독립 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뉴스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국난의 시기에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희생 정신을 되새겨보고 이분들의 유적지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 6월 일사일언은 신병주 교수를 비롯해 박상미 갤러리 토마스 파크 대표, 팀 알퍼 디자인하우스 기자, 

올해 이해랑연극상 수상자인 배우 길해연, 최은희 여기자상 수상자인 박성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강의교수가 

번갈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