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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정상화 50년 맞은 韓·日관계… 세계 석학에 묻다] [1] 조지프 나이 하버드大 케네디스쿨 교수

바람아님 2015. 6. 3. 16:00

(출처-조선일보 2015.06.01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韓·日이 과거보다 미래 향해 나가면, 한국이 얻는 게 훨씬 많아"

"北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韓日관계 개선 출발점 될 것… 美도 적극 나설 가능성 커"
"실무접촉이 고위급에 이어져 양국 정상이 공동으로 終戰70년 담화 등 발표해야"

오는 22일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냉랭하다. 
우리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 독도 영유권 도발, 군사적 팽창주의가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한국의 반성 요구와 군사력에 대한 경계가 관계 악화의 또다른 원인이란 의견이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안보를 위해 한·일의 결속을 원하고 있다. 
한국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미·일 석학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훈교수(Distinguished Service Professor)는 "20세기 전반기에 있었던 일을 가지고 
21세기에서 미래로 향해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한·일 양국 모두의 불행"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1964년부터 하버드대 교수를 지내며 공로를 인정받아 공훈교수 타이틀까지 받은 나이 교수는 조선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실무급 접촉이 고위급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결국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공통의 자세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나이 교수는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첫 공개 일정인 케네디스쿨 강연부터 국빈 만찬, 
출국 때까지 가까이서 그를 안내했을 만큼 일본과 친숙한 학자다.
다음은 나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훈교수가 최근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이 교수는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공동 대처가 한·일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실무급 접촉이 고위급으로 이어져 양국 정상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공동 담화 등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공훈교수가 최근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이 교수는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공동 대처가 한·일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실무급 접촉이 고위급으로 이어져 양국 정상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공동 담화 등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윤정호 특파원

―정상적인 한·일 관계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일 양국은 경제는 연결돼 있고, 젊은이들은 모두 비슷한 대중문화를 즐기고 공유한다. 

두 나라 모두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위협에 함께 노출돼 있다. 

그런데도 불행하게 21세기를 바라보며 앞으로 가기보다는 양국 모두가 20세기 불행한 역사에 사로잡혀 있고, 

서로 아래로 끌어당기고 있다. 이제 정상적 관계가 될 때가 됐다."

―양국 관계가 안 좋을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늘 대륙과 해양, 두 거대한 국가 사이에서 중간 파워로 존재했다. 

중국과 가까워지면 일본을 견제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럴 경우 다른 제약이 생긴다. 

한국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에 역내(域內)에서 불리한 일이 생길 때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힘들어질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데, 한국이 너무 중국으로 기운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정부 관계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일 양국에 압력을 가해 뭔가 화해를 이끌어내려고 하지는 않겠는가.

"미국은 한·일 양국 모두를 중요한 동맹으로 여기고 있다. 

아주 조용하게 역사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좀 더 가까이 협력하라고 양국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급변사태 같은 것이 일어나면, 한·미·일 3국 모두를 위협할 수 있다. 

한·일 간 협력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고, 미국이 협력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

(나이 교수는 최근 저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중국의 급부상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미국은 경제·군사·소프트 파워 3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고, 

중국이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양국이 화해를 위한 실마리는 풀고 있다고 보나.

"고위급은 아니지만, 실무급에서 계속해서 만나고 있고 이런 만남이 고위급으로 옮겨져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북한을 상대로 한) 방위전략 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사 문제는 외교가 아니라 국내 정치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내 정치는 한·일 관계에서 늘 골치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다. 

다만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침해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지도자라면 양국의 협력을 통해 

국익 차원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하고, 이를 이뤄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과거사,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걸림돌인데, 미국의 생각은 어떤가. 일본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보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식민지배를 사과한 고노 담화, 

무라야마의 사과를 재확인했다. 미국인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이들은 아베 총리가 이 정도 말했으면, 

이제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한국민은 그럼 일본의 이 정도 사과를 받아들여야 하나.

"20세기 초반 일본은 한국에 대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후 일본은 70년 동안 평화를 유지해온 민주국가다. 

많은 일본인은 뭐를 해도 한국인 전부를 만족하게 하지 못한다고 불만스러워한다. 

한국인은 더 깊은 사과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그럼 어디서 끝을 내야 하나. 

얼마나 오랫동안 과거가 미래에 가질 수 있는 이익을 발목 잡아야 하나."

―그렇다면 어떻게 한·일 양국이 갈등을 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나.

"나는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과거 식민지 지배 당시 일어났던 사건들보다는 

국민이 앞으로 중점을 둬야 할 사안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했으면 한다. 

특히 한국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나갈 때 얻을 수 있는 게 훨씬 많다."


☞조지프 나이 교수는…

조지프 나이(78) 교수는 미국 외교정책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학자다. 

국방부 부차관보, 국가 정보위원회 의장을 지냈고, 오바마 정부에서 외교정책위원, 국방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정치학자 1700명 중 미국 외교정책에 영향력 미치는 학자 1위로 꼽힌 일이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냈다. 문화가 국력이 될 수 있다는 ‘소프트 파워’론을 주창했고, 

최근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저서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