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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정상화 50년 맞은 韓日관계… 세계 전문가에 묻다] [4] 오구라 가즈오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

바람아님 2015. 6. 15. 08:16

(출처-조선일보 2015.06.11 도쿄=김수혜 특파원  도쿄=양지혜 특파원)

[4] 오구라 가즈오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

 "日, 과거史 사과 원하는 한국 이해해야"

"양국이 동등해지려면 현재·과거 모두 바라봐야
韓日관계 악화? 동의 못해… 무역·관광은 늘지 않았나
日서 불거지는 反韓 감정, 韓流 반발로만 봐선 곤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수많은 대사가 서울에 부임했지만 판소리를 배워서 '쑥대머리'를 부르고 간 대사는 많지 않다.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77)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은 

"한국인을 이해하려면 한국인의 논리와 감정을 알아야 하고, 한국인의 감정을 알려면 '한(恨)'이 뭔지 알아야 하니까 

판소리를 배웠다"고 했다. 

그는 일본 외무성 북미과장·동북아과장·외무심의관(차관급)을 거쳐 1997년 주한 대사로 발령받았다. 

이후 주불(駐佛) 대사를 거쳐 일본국제교류기금 이사장을 지냈다. 

한국 관련 실무에서 손을 뗀 지 16년이 됐지만 요즘도 한국어 과외를 받으며 한국 소설을 읽는다. 

"지금 읽는 건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예요. 한 국민의 깊은 감정을 알려면 TV보다는 시와 소설을 읽어야죠."


여기까지 듣고 나서 "왜 그렇게 한국을 알려고 노력하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도쿄 도심 지요다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한국 문화가 좋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는 외교관이자 전략가다. 

한·일이 서로에게 실제로 중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 궁금했다. 답변이 명쾌했다. 

"한·일은 아시아 국가 중 예외적으로 경제적인 발전과 민주주의를 둘 다 이룬 나라예요.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주의 체제이고 사회적으로도 개발도상국의 요소가 있어요

한국과 일본이 서로 힘을 합쳐서 아시아의 목소리를 강하게 낼 필요가 있어요."


	 주한 일본 대사였던 오구라 가즈오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은 본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말 걱정하는 건 일본 내부에 ‘한국이 싫다’는 국민감정이 번져가는 것”이라면서 “이를 한류 붐에 대한 반발이라고 단순히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한 일본 대사였던 오구라 가즈오 일본국제교류기금 고문은 본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정말 걱정하는 건 일본 내부에 ‘한국이 싫다’는 국민감정이 번져가는 것”이라면서 “이를 한류 붐에 대한 반발이라고 단순히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덕훈 기자

오구라 고문은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유학했다. 일본 외무성에서 최고의 엘리트로 꼽혔다. 

근무 시간을 쪼개 판소리를 배우고, 남는 시간을 한 번 더 쪼개 세계사를 아우르는 두툼한 책을 여러 권 썼다. 

그중 '파리의 주은래(周恩來)'로 1992년 요시다시게루상을 탔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뛰어난 학술적 업적을 낸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이날 오구라 고문은 

"요즘 한·일 관계가 나쁘다고 많은 사람이 말하는데, 현실(reality)과 관념(perception)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양국 관계가 정말 나쁜가요? 무역·관광은 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좀 줄었지만 (엔저 등으로 인한) 단기적 현상이고 길게 보면 양국 간 교류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도 왜 다들 '관계가 나쁘다'고 말할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러저러해서 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러저러해서 양국 관계가 나빠졌다고들 하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구라 고문은 

"한·일 모두 민주주의 국가고, 민주주의 국가에선 겉보기엔 정치가가 국민을 이끄는 것 같아도 

사실은 정치가가 국민과 매스컴의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제가 정말 걱정하는 건 일본 내부에 '한국이 싫다'는 국민감정이 번져 가는 겁니다. 

한국의 대일(對日) 감정은 아주 좋았던 적이 없습니다. 늘 울퉁불퉁했죠. 

반면 일본에선 한류 붐이 있었고, 한국을 향한 감정이 좋아지는 추세였어요. 

헤이트 스피치를 일삼는 사람들은 물론 소수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반감이 퍼지고 있다는 점, 그런 현상이 한류 붐 뒤에 나타났다는 점이 심각합니다. 

한류 붐에 대한 반발이라고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에요. 

지금 일본인은 김치도 먹고, 한국 드라마도 보지만 한국인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진 못합니다."

그는 지난해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동북아에서 커다란 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국민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지각변동은 중국의 대두와 한·일의 대등화였다. 

일본은 한국에 "중국 말고 미·일 편에 확실히 서 달라"고 한다. 

한국은 "그전에 과거부터 다시 한 번 사과하라"고 한다. 

오구라 고문은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일본은 그런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유감스럽게도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수는 아니고 좀 더 일반적인 견해는 

'한국과의 관계는 그냥 이대로 놔두자'는 것"이라고 했다.

오구라 고문은 "저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과거사를 중요시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고 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의 출발점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데 있으니까요. 한국은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북한과 맞서기 위해 '반일 감정'을 강조해왔습니다. 이제 한국은 경제적 발전을 이뤘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습니다. 

다음 목표를 정하려면 한국인은 누구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될 텐데, 그럼 식민지 지배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지요. 

한국 정부는 일본과 동등해지려고 하는데,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동등해지려면 현재뿐 아니라 과거도 봐야 합니다."

문제는 인식의 불균형이다. 

오구라 고문이 보기에 한국은 "어찌 됐건 늘 다음 목표가 있는 나라"다. 

"지금은 그게 통일이죠. 한국은 '싸워서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가 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다이내믹한 반면 사회적인 왜곡도 생기지요. 

반면 일본은 국가적 목표가 없어요. 일본 젊은이들은 자기들의 작은 세계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한국 대통령이 자꾸 위안부 얘기를 꺼내니까 자기들의 작고 행복한 세계를 보호하고 싶어지지요."

오구라 고문에게 "뭘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15년 전 축구 한·일전에서 만난 한국 여고생이 답을 보여줬다"고 했다. 

"일본 응원석에 한국 여고생이 앉아 있길래 제 친구가 '한국 응원석은 저쪽'이라고 알려줬어요. 

그 소녀가 고개를 저었어요. 

자기는 일본 팀이나 한국 팀의 팬이 아니라 일본 팀에 소속된 특정 선수의 팬이라면서요. 

집단이 아니라 개인에 집중한 거죠. 한·일 양국 사회는 사실 공통점이 많아요. 

등교 거부 어린이, 고령화 문제…. 개별적 이슈에서 지혜를 공유해야 합니다." 

작은 협력은 그 자체로 유용할 뿐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면 더 큰 뭔가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였다.


[日 '외교 거목' 가즈오] 한국소설 즐겨… 판소리 부르기도

오구라 고문은 도쿄대 법대와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했다. 

일본 외무성 요직을 거쳐 1997~1999년 주한 대사로 근무했다. 

역대 주한 일본 대사 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외무성 동북아국장으로 일할 때 도쿄에서 판소리 공연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본지 인터뷰에서 “처음엔 뜻도 모르고 판소리 가사를 귀에 들리는 대로 외웠는데 

점차 거기 담긴 감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