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軍事·武器

[전문기자 칼럼] 위기 맞은 軍 수뇌부 리더십

바람아님 2015. 6. 10. 16:47

(출처-조선일보 2015.06.10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사진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아메리칸 제너럴십(AMERICAN GENERALSHIP)'이란 책을 10여년 만에 다시 읽어봤다. 

미국의 저명한 리더십 저술가 에드거 F 퍼이어성공한 미군 장성들의 리더십을 심층 분석한 책이다. 

우리와는 군대 문화와 사회 환경이 다른 미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그 조사 대상의 방대함은 

동서고금 어떤 군대에도 통용될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퍼이어는 100여명의 대장급 장군과는 직접 인터뷰했고, 1000여명에 달하는 여단장급 이상 장군과는 

개인 인터뷰 및 서신 교환 등을 해서 군(軍) 리더십을 낱낱이 파헤쳤다. 

그 결과 그는 탁월한 군사 지도자 리더십의 요체리더의 훌륭한 인격이라고 결론지었다. 

퍼이어는 이어 훌륭한 인격자기 헌신, 책임감, 직감, '예스맨'에 대한 반감, 독서를 통한 자기 계발, 

의사소통, 부하에 대한 관심과 배려, 권한 위임 등 개인의 자질과 특성이 어우러진 총체적인 모습이라고 

정리했다.

이 책을 다시 펴 든 것은 지난해 이후 우리 군 수뇌부가 군내 사건이나 구설로 낙마하거나 상처를 입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이후 육군참모총장이 사실상 경질됐다. 

해군참모총장은 통영함 비리 의혹 연루설로 재임 내내 시달리다가 올 들어 퇴임 직후 구속됐다. 

공군참모총장은 예산 집행 관리 감독 소홀 등으로 국방부 감사를 받고 엄중 경고를 받았다. 

합참의장은 해군참모총장 재임 시절 부하가 해상 작전 헬기 도입 의혹과 관련해 구속되면서 일각의 눈총을 받고 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최고위급 군 수뇌부 거의 모두가 상처를 입은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현재 군(軍)은 리더십이라는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무기 도입이라는 '하드웨어'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방위사업비리 수사가 200여일 동안 계속되면서 전직 해군참모총장 2명 등 51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이 더 이상 군의 발표나 설명을 믿지 않으려는 신뢰의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국방부 관계자가 방송에 나오면 "또 변명이나 사실과 다른 얘기를 늘어놓는다"며 채널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신무기가 공개돼도 인터넷에는 '여기엔 비리 없나'라며 비아냥거리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군은 군대로 정치권력과 사법 당국, 언론, 여론에 대한 불만의 강도(强度)가 높아지고 있다. 

흠집 내기 여론몰이에 휩쓸려 군 수뇌부를 계속 갈아 치운다면 어느 나라 군대가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근 방위사업비리 수사의 몇몇 사례에서 뇌물 수수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정책적인 판단 등을 문제 삼아 구속까지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직업군인이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인데 군 전체가 매도되고 있어 일할 의욕을 잃는다고도 말한다.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 군이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무력화되고 있는 사이 북한은 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비해 전열(戰列)을 정비해야 할 시기에 군이 사실상 무력화돼 위기 사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입게 된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화살은 군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