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7.02 길해연 배우·2015년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 길해연 배우·2015년
-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그들은 대략 세 부류로 나뉜다.
먼저 좋은 관객으로 남고자 열심히 극장을 찾아오고 후원도 하는 부류가 있다.
또 하나는 연극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며 추억의 한 페이지로 곱게 접어 두고 가끔 꺼내보며 미소
짓지만, 굳이 연극을 보러 다니느라 애쓰지는 않는 그런 부류다.
세 번째 부류도 연극을 보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세 번째 부류도 연극을 보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대하는 태도가 사뭇 다르다.
지나가다 연극 포스터만 봐도 고개를 획 돌리고, 누군가 연극에 대한 얘기를 꺼내면 얼른 화제를 돌린다.
그에게 있어 연극은 어쩌면 처참하게 실패한 짝사랑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있어서는 글쓰기가 그랬다.
내게 있어서는 글쓰기가 그랬다.
좋은 독자로 남겠다며 웃고 있다가도 훌륭한 글을 읽다 보면 부러움과 질투로 책장 넘기기가 힘들고,
글을 쓰겠다고 까불어대던 어린 날들의 기억이 부끄러워 혼자 얼굴이 벌개졌다.
그랬던 내게 10년 전 전화 한 통이 왔다.
"글 써라, 해연씨 재능 아까워."
"글 써라, 해연씨 재능 아까워."
옛날 고등학교 교지에 실렸던 내 소설을 우연한 기회에 읽은 선배가 20년 동안 기억하고 있다가 출판사에서 중요 직책을
맡게 되자 연락을 하신 것이다. 다른 일로 만났을 때 그저 '언니, 언니' 하며 농담이나 지껄이던 나에게 그런 얘긴 전혀 꺼낸
적이 없던 분인데….
겁이 나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분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겁이 나고 두려웠다. 하지만 그분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어느 날엔가 내다 버린 보잘것없는 재능을 기억해주신 분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물론 글을 쓰면서 자기모멸에 빠지기도 하고 숨이 턱턱 막혀 '내가 이걸 왜 하겠다고 했지?' 후회도 막급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무언가를 쓰고 있을 때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그대를 글쟁이로 만들고 싶어하는 길해연의 최고의 에디터로부터."
나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제가 누린 이 은혜를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나누게 하소서."
선물 상자 뚜껑을 열자마자 어려운 숙제가 튀어나온 셈이다.
이제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이 숙제를 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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