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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내 삶의 '그린라이트'

바람아님 2015. 7. 3. 07:49

(출처-조선일보 2015.07.03 손정완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 패션 디자이너
손정완 패션 디자이너
며칠 전 후배가 '그린라이트'라는 소품을 사와서는 좋아했다. 
TV 연애 상담 프로그램에서 쓰이는 물건인데, 
사연을 듣고 '연인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면 게스트들이 '초록불'을 켠다. 
나도 가끔 그 프로를 보는데 재미나게 보고나서 남는 기분은 씁쓸하다. 
내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꼭 남에게 묻고 확인해야 하는 걸까?

학창 시절 즐겨 듣던 존 덴버의 '투데이'라는 노래에 
"오늘이 나의 순간 그리고 지금이 나의 이야기(today is my moment and now is my story)"라는 
가사가 있다. 나의 이야기에 남의 의견이 들어오는 순간, 오늘을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사랑 역시 남의 이야기를 들어서 이룬 것이라면, '나의 사랑'이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상담을 청한 사람의 마음이 이해는 된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뜨거운 사랑의 칼날에 데이고 베였던 경험이 있으므로! 
어찌할 줄 몰라 선배와 친구에게 달려갔고 수많은 충고와 해법이 쏟아졌지만, 결국 결정은 '내 마음'이 하는 거였다. 
설령 그 선택이 잘못돼 또다시 상처받을지언정.

내 삶을 산다는 것, 삶의 마지막 순간에 온전한 나만의 '히스토리(history)' 혹은 '허스토리(herstory)'를 갖는다는 건 
하루하루를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완성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쳐야 하는 시간은 결코 짧을 수 없고 숱한 불안과 실패는 필수다. 
역사적 위인들의 삶이 그렇지 않던가.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하루가 남들과 달리 절대 불안하지 않기를, 나의 앞길에 누군가 '확실히 안전함'이라는 
팻말 하나 꽂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산다. 
그 '자신 없음'이 후배 손에 놓인 '그린라이트'에서 느껴졌다.


	[일사일언] 내 삶의 '그린라이트'
요즘처럼 '살아남기'가 인생 목표인 세상에서 사랑마저 불안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느껴져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거친 세상일수록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나'뿐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가져라. 그리고 자신을 믿어라. 
그래야 온전한 나를 찾고 생을 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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