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나눔, 통일의 시작입니다] [3] 긴장완화가 北의 가장 큰 개혁… 南과 교류하면 年2~5% 성장

바람아님 2015. 7. 7. 09:24

조선일보 : 2015.07.04

 

 

[나눔, 통일의 시작입니다] [3] 개방 없는 시장화는 한계

-北의 시장화율 83% 넘지만
장마당 통해 생계 유지
남북교류 끊어지자 씨감자 못구해 옥수수 심어

-쇄국정책에 가뭄까지
韓·中 가뭄 지원까지 거부
北의 20개 경제 특구 중 개성공단만 겨우 작동
북한은 계획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주민 대부분이 장마당 등 자생적 시장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시장화(市場化)율은 83%를 넘는다. 16세 이상 인구 1737만명 중 1448만명이 시장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북한 경제는 자생적 시장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지만 핵·미사일 개발 등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폐쇄적 정책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쇄국 고집, 스스로 목 죄는 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집권 초 경제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장성택과 현영철 처형 등을 거치며 개혁·개방 정책의 탄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가장 큰 돈벌이 수단이었던 석탄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 대북 소식통 A씨는 "올해 6월 세관을 통한 북한의 대중(對中) 석탄 수출은 전월보다 26%, 철광석 수출은 23%나 줄었다"며 "중국에서 들어오는 돈이 줄면서 노동자들의 생활고가 심각하다"고 했다.


		시나리오별 북한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 북한 경제 상황. 북한의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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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별 북한 연평균 경제성장률 전망. 북한 경제 상황. 북한의 시장경제.
대북 사업가 A씨는 "그나마 번 돈도 그동안 전시성 건설 사업에 써 버렸다"며 "경제를 책임지는 박봉주 내각총리가 '재정이 단돈 100만달러도 없다'고 한탄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라고 했다.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대북 소식통 B씨는 "최근 가뭄 등으로 6월 말에 수확한 감자와 보리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의 식량 지원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소문까지 돌면서 시장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류 끊기자 모내기 방식까지 바뀌어

북한이 빗장을 닫아걸고 남북 경협도 중단되면서 농촌의 모내기 방식까지 바뀌었다. 과거 북한은 '주체 농법'이라는 이름 아래 쌀과 옥수수만을 '밀식(密植)' 재배했다. 땅에 화학비료를 쏟아붓고 작물을 빈틈없이 빽빽하게 심는 방식이다. 자연히 지력(地力)이 약해져 1990년대 이후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2000년대 초반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북한은 남한 단체들로부터 콤바인 등 농기계를 공급받아 '이앙법'을 배우고 현대적 농법으로 전환했다. 연간 40만t의 쌀 증산 효과를 봤다. 또 옥수수만 심던 밭에는 바이러스 없는 씨감자를 심는 등 작물을 다양화했다.

그러나 남북 교류가 중단된 후 다시 밀식 재배가 시작됐다. 씨감자를 못 구해 감자밭은 옥수수밭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2010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11만t으로 전년도보다 20만t 이상 줄었다. 대북 지원 단체 관계자는 "북한 정권은 교류가 끊긴 후 '그동안 남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면서 오히려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시장 양성화·개방으로 활로 뚫어야"

북한은 개방을 통해 특구를 개발하겠다고 했지만 그 대상은 중국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나마 체제 동요를 우려해 전면적인 개방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20개 특구 중 현재 제대로 작동되는 곳은 개성공단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개혁·개방 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행정력과 사회 통제력을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데 사용한다면 시장경제가 급진전될 수 있다"고 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연구본부장은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경제 개혁은 주변국과의 긴장 완화"라며 "그래야 외부로부터 자본, 기술을 들여올 수 있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